전 세계의 식량 생산량은 현재 인구의 2배를 먹여 살리고도 남는다. 하지만 8억 5,000만 명의 인구가 기아 상태에 있다. 이 책은 하루에도 수만 명의 사람이 굶어 죽는 현실과 그 이유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 거의 유일한 책인 것 같다. 나도 유니세프에 후원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현실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니 조금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기아는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로 구분할 수 있다. 경제적 기아는 "돌발적이고 급격한 일과성의 경제적 위기로 발생하는 기아"다. 가뭄이나 허리케인 등이 대표적인 예이며 국제적인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구조적 기아는 그 나라를 지배하는 사회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기아다. 생산력 저조, 인프라 미정비 등이 원인이다. 문제는 두 가지 모두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인데 구조적 기아가 훨씬 심각한 문제다.
식량 가격 폭등도 기아의 주요한 원인이다. 가격 폭등이 발생하는 첫 번째 원인은 농업 연료다. 바이오에탄올로 굴러가는 자동차에는 평균 50리터 정도의 연료 탱크가 달려 있다. 이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우려면 옥수수 358킬로그램을 태워야 한다. 옥수수 358킬로그램으로는 잠비아나 멕시코의 어린이 한 명을 1년 동안 배불리 먹일 수 있다.
가격 폭등의 두 번째 원인은 원자재 투기다. 2008년 금융 위기 탓에 증권시장이 폭락하자 대규모 투기 세력은 농업 원자재 거래소로 몰려들었다. 그 결과 식량 가격이 폭등하였는데 2008년 일사분기 전체 이익의 37퍼센트를 투기 자본이 가져갔다. 이런 가격 폭등을 발생시키는 것은 어린아이를 살해하는 것이다.
이 밖에 기아를 무기로 삼는 경우도 있다. 미국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해 10년 넘는 경제봉쇄 정책을 감행했다. 그 결과 이라크에서는 매년 6만 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와 의약품 부족으로 사망했다. 지금도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봉쇄로 인해 매달 5~6천 명의 어린아이들이 생명을 잃고 있다.
아프리카의 기아는 식민지 정책의 영향도 있다. 유럽 각국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유럽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작물을 경작하도록 했다. 프랑스는 세네갈에서 오로지 콩 농사만 하도록 강요했다. 하지만 세네갈의 주식은 쌀이기 때문에 콩을 판 돈으로 쌀을 수입한다. 그 결과 식량의 외국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식량을 자급자족할 능력이 있는데도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기아가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연재해로 인한 기아는 우리의 손길이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 구조적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 스스로 변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의해 지구 반대편의 수많은 어린아이가 죽어갈 수도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겠다.
- 저자
- 장 지글러
- 출판
- 갈라파고스
- 출판일
- 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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