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강의 형식으로 쉽게 설명한 책이다. 마르크스, 자본론이란 단어를 들으면 내용도 모르면서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무래도 마르크스라는 이름에서 공산주의, 사회주의를 떠올려서 그런 것이 같다. 하지만 자본론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본주의에 관한 책이다. 자본주의가 탄생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며 그 현실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라고 한다. 나도 제목은 많이 들었지만 읽어보지는 않은 자본론을 쉽게 접근하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자본주의란 무엇일까. 사회형태를 구분하는 기준은 생산관계라고 한다. 노예제 사회의 생산관계는 '노예-노예주 관계'인 셈이고 봉건제 사회는 '영주-농노관계'인 셈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생산관계는 '자본가-노동자관계'이다. 자본금이 없는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판매해서 살아가고 있다. 과연 그럼 자본주의 사회에도 노예제나 봉건제 사회와 같은 착취가 존재할까.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드는데 마르크스는 상품에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있다고 했다. 상품에 사용가치가 있다는 말은 그 상품이 '쓸모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교환가치는 '상품이 노동의 결과물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공기는 쓸모가 있지만 노동의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에 교환가치가 없다. 그리고 상품에는 교환비율이 있는데 마르크스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것이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이다.
돈이 자신의 크기를 불리는 과정에 들어가 운동하게 됐을 때, 우리는 비로소 돈이 자본이 됐다고 한다. 상품 교환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유통과정, 노동자가 상품을 만드는 과정을 생산과정이라고 하는데 유통과정에서는 이윤이 나올 수 없다.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앞으로 1년 동안 서로가 가진 물건을 교환만 한다고 하면 재산의 소유권이나 위치는 바뀌겠지만 새롭게 창출되는 가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생산과정에서는 어떻게 이윤이 발생하는 것일까.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따르면 자본가가 챙겨가는 이윤은 노동자가 받은 임금보다 더 많이 일하면서 발생한다. 또한 임금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노동력의 대가이다. 임금이 노동의 대가라면 빵 8개를 만든 노동자는 빵 8개의 가치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아야 하지만 그렇게 임금을 주면 자본가 입장에서는 이윤이 나지 않는다. 즉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착취가 필수라는 것이다. 이윤은 '빼앗긴, 착취당한 노동(잉여가치)'에서 나온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잉여가치론이다.
하루 8시간을 일한다고 했을 때 자신이 받은 일당에 해당하는 노동시간을 필요노동, 자본가의 이윤으로 전환되는 노동시간을 잉여노동이라 한다. 똑같은 임금을 주면서 일을 더 시키면 잉여노동이 증가하기 때문에 자본가의 몫이 늘어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기업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이윤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결국 노동자를 더욱 쥐어짜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연장해서 잉여가치의 절대량을 늘리는 행위를 절대적 잉여가치의 창출이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노동조합, 노동법 등으로 인해 절대적 잉여가치의 창출이 장벽에 부딪혔다. 그러나 잉여가치를 늘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데 바로 상대적 잉여가치의 창출이다. 기술 발전으로 생산력이 증가하면 필요노동이 단축된다. 하지만 임금에는 변화가 없으므로 잉여노동, 즉 자본가의 이윤이 증가하는 것이다. 영국에 기계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많은 숙련공들이 일자리를 잃자 기계를 파괴하는 운동을 벌였는데, 이것이 러다이트 운동이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러다이트 운동 예를 들어 기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데, 숙련공들이 기계를 파괴하기보다는 기계를 자본주의적으로 사용하는 '자본가'들에 맞서 투쟁했어야 한다고 봤다.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더욱 착취당하도록 만들 수 있는 기가 막힌 방법도 있는데 바로 성과급제이다. 성과급제가 도입되면 회사 전체가 경쟁하는 분위기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이윤율은 변하지 않지만 이윤량이 늘어나게 되므로 자본가는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 잉여가치율이라고도 부르는 착취율은 노동자 입장에서 하루 노동시간 가운데 필요노동과 잉여노동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착취율이 높을수록 잉여노동시간이 많다는 뜻이고 자본가에게 빼앗기는 시간이 많다는 의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가 독재자인 양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이유는 토지, 기계, 원료와 같은 생산수단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국가 시스템은 사유재산 보호를 명목으로 자본가의 권력을 지켜준다.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려면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팔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하기 어렵다. 따라서 마르크스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생산수단의 소유권 문제를 손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동자가 임금노예로 착취당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생산 활동의 주체로서 존중받고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가가 독점 소유하고 있는 생산수단을 공동체의 소유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술이 발전하면 이윤율이 하락한다. 이것을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에 따른 이윤율 하락 경향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자본론의 이론 체계에서 이윤이란 노동자로부터 시간을 빼앗아 창출되는 것인데, 갈수록 노동자를 적게 고용하면 그들에게 빼앗을 시간도 당연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착취율 증가가 이윤율 하락을 상쇄하지만 마르크스는 장기적으로 이윤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의 이론에 따르면 만약 로봇이 인간 노동자를 전부 대체하면 잉여가치가 나올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그때는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사회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제국주의현상을 이해하려면 독점자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국의 시장을 평정한 독점자본은 자국 시장이 좁다고 느낀다. 더 많은 돈을 벌려고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게 되고, 제국주의 국가의 정부는 군사력을 동원해서 독점자본이 군침을 흘리는 나라의 문호를 강제로 개방한다. 제국주의 독점자본들은 식민지의 싼 원료와 인건비 등 유리한 조건을 활용해 굉장히 낮은 생산 비용으로 생산한 공산품을 식민지에 되팔아 엄청난 초과이윤을 획득한다.
군사력을 동원해 강압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식민주의라면, 드러나지 않게 경제적, 문화적으로 지배하는 것을 신식민주의라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도 많이 사용하는데 신자유주의의 배후에 미국의 신식민주의적 지배 방식이 숨어 있다. 오늘날 국가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자국의 특정 산업에 보조금을 주며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제국주의 독점자본 입장에서는 무역 장벽을 신속하게 제거하고 싶을 것인데, WTO의 배후에는 국경을 넘어 이윤을 추구하려는 제국주의 독점자본의 욕망이 존재한다.
- 국영기업의 민영화
- 정부 규제 철폐
- 복지 등 공공지출 대폭 축소
- 임금 동결 및 삭감
- 주식거래시장 외국인에게 완전 개방
- 기업의 세금 감면
- 노동조합 무력화
- 정리해고 도입 등 노동유연화 정책 실시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때 IMF의 긴급구제금융을 받았는데, IMF는 위와 같은 단서 조항을 달았다. 당시 우리나라는 IMF의 긴급구제금융을 받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일본에 도움을 요청했다. 일본 역시 지원에 긍정적이었는데 미국 측에서 한국에 자금을 지원하지 말라고 일본에 압력을 강하게 넣었다. 한국이 IMF의 긴급구제금융을 받아야 미국 자본가들에게 큰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가난을 끝장내는 유일한 방법은 빈민들에게 권력을 주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말을 소개하며 책은 끝을 맺는다. 10년 넘게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우리 사회가 속도의 차이는 있어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우리 사회는 5년, 10년은 후퇴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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