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탈리아에 가서 우피치 미술관을 다녀왔다. 평소 그림을 잘 모르고 크게 관심도 없었는데 가이드의 설명과 코앞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유명한 화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니 정말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정작 가까운 곳에 있는 미술관은 들러본 적이 없고 동양화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은 나처럼 그림에 무지한 사람들을 위해 기초적인 지식을 전달해 주는 책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동양화라는 용어보다 옛 그림이라는 용어를 훨씬 많이 쓰고 있다.
1장은 옛 그림을 구성하는 요소와 용어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두루마리, 족자 등 용어를 설명하고 해당 용어와 관련 있는 그림을 배치해 놓았다. 이 구조는 책의 마지막까지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핸드폰으로 보았더니 그림이 작아서 감동이 반감되는 부분은 아쉬웠다.
2장은 붓과 먹의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파묵, 발묵, 부벽준, 피마준 등등 학창 시절 미술시간에 외웠던 단어들이 등장하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런데 물기의 정도마다 다 용어가 있을 정도로 너무 많은 내용이 간략하게 소개되고 있어 읽을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3장은 화론과 화론서, 4장은 중국 화론에 등장하는 중국 화가들을 다루고 있다. 드디어 5장과 6장에서 우리 옛 그림을 설명하는데 5장은 조선 시대 주요 화파를, 6장은 주요한 그림 장르를 소개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단순 소개에 그치고 있어 읽고 나서 기억하기는 어려웠다. 전체적으로 이런 백과 사전식 구성이 아닌 스토리텔링을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어보니 우리의 옛 그림은 그림 자체보다 그림에 부여된 의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였던 것 같다. 서양의 벽화는 글을 모르는 백성들이 성경을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든 그림책이라는 내용을 들었었는데 우리 옛 그림은 오랫동안 귀족 문화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이라도 용어와 형식에 집착하지 말고 대중에서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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