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저자의 나이이다. 세계가 놀랐다는 그의 능력이나 경력 때문이 아니라 26살의 학생이 인생의 쉼표 이야기를 하는 용기 때문이다. 인생의 2/3를 지나온 중장년이 아닌 20대 청년이 이야기하는 쉼표란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아홉 살에 미국에 갈 때부터 쉼표를 찍고 책을 출간하기까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의 삶에서 다음 세 가지가 가장 인상 깊었다.
뒷부분에서 밝히지만 저자는 아이큐가 매우 높다. 하지만 자만하지 않기를 바란 부모님의 뜻에 의해 그런 사실을 모른 채 남들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때 인터넷에 기숙사 소등시간 이후에 화장실에 숨어서 공부하는 학생들 이야기가 유행했던 적이 있는데 저자가 바로 그런 학생들 중 하나였던 것이다. 환경이 바뀔 때마다 치열하게 노력하며 두각을 나타내는 저자의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또한 저자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홉 살에 미국에 갈 때도, 이후 프랑스, 영국, 중국에 갈 때도 두려워하고 걱정하기보다는 기대하고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그 뒤에는 백조의 발처럼 엄청난 노력이 뒤따랐다. 세계 어느 곳의 누구 앞에서도 당당한 그의 모습이 자랑스럽고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저자도 결국은 인간이기에 끊임없이 달리다가 결국 탈이 나고 만다. 공황 장애가 오면서 정서적으로 죽음의 문턱을 드나들고 지난 삶에 대한 후회와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털어놓는다. 특히 지하철에서 5분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공황장애를 앓았던 지인이 떠올랐다. 공황장애가 어떤 것인지 잘 몰랐었는데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으며 지인의 이야기가 이해가 되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요즘에도 업무 효율은 시간이 비례한다고 믿는 경영자들이 많이 있다. 한국의 그런 노동현실을 안타까워하고 도움을 주고자 했던 26살 청년을 본받는 경영자들이 많아 지길 바라면서, 지쳐 쓰러지기 전에 내 인생에 작은 쉼표 하나를 찍어보아야겠다.
- 저자
- 김성한
- 출판
- 넥서스BOOKS
- 출판일
- 201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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