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위로와 용기를 얻은 저자가 앤에게 하는 이야기이다. 나에게 빨강머리 앤은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으로 시작하는 주제곡으로만 기억되고 있지만 저자는 애니메이션을 10번도 넘게 보았다고 한다. 평범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위로를 받은 저자가 독자들에게 희망의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요즘 나온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라는 책과 컨셉이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몇몇 서점에서는 두 책을 묶어서 판매하고 있다.
만약 인생이 딱 한 번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면, 당신은 아직 늦지 않았다.
내 기억 속의 앤은 빨간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주근깨 많은 꼬마 아이지만 애니메이션에는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된 이후까지의 내용이 등장하는 것 같다. 앤의 성장에 맞춰서 이 책의 내용도 어린 시절의 회상부터 현재의 이야기, 그리고 먼 미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빨강머리 앤의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고 그 내용에 해당하는 상황이나 생각을 이야기한다. 읽다 보면 빨강머리 앤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벼운 내용의 애니메이션 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원작은 몽고메리의 소설이고 우리가 기억하는 애니메이션은 1979년에 일본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일단 소설가가 되려면 신춘문예에 도전하는 게 정석이라 스무 살 이후, 글을 써서 투고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 낙방기의 시작이었다. 1월 1일이면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당선 소감이 대문짝만 하게 나왔다. 그때마다 내 마음을 서글프게 했던 것은 바로 이런 종류의 당선 소감이었다.
처음 낸 미흡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그때 결심했다. 만약 문학상을 받게 된다면 나는 조금 다른 당선 소감을 쓸 거라고. 나 같은 '문학의 루저'가 있다는 것을 세상에 공표하고 싶었다. 이유는 하나. 당선 소감을 보고 있을 마음 아픈 누군가에게, 나도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어쩌면 그 말은 간신히 용기를 낸 내가, 가장 약할 때의 나 자신에게 토닥이며 해줄 말인지도 몰랐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이다. 저자도 우리와 같은, 어쩌면 누군가보다 더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자신의 잘남을 어필하고 나와 다르게 사는 사람을 루저라고 단정하는 자기 계발서와 달리 이런 진실함과 따뜻함이 에세이가 주는 장점이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두 개의 인생이 주어져 있습니다. 두 번째 인생은 삶이 한 번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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