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돈의 시대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돈이 가장 중요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요즘 누구를 만나도 부동산, 주식, 코인 얘기를 빼놓고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이런 시대에 나의 재산을 지키고 나아가 수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돈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투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행위이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현재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이 책은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지금까지 본 어떤 책 보다 높은 수준의 분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 전문가, 언론, 정치인의 쇼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다주택 투기세력과의 전쟁'으로 정의했다. 각종 세제 압력과 대출 규제를 가해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시장의 투자자들은 바보가 아니고 소수도 아니다. 다주택자만 투기세력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집 한 채를 가진 사람도, 무주택자도 욕심은 똑같다. 이런 식의 집값 안정 대책은 '선수들'에게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한계만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집값을 걱정하고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집이 있든 없든 정부 정책을 비난하며 '그렇게 하면 집값만 더 오른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부동산 정책을 비난하던 서울 시민은 '취임 일주일 안에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는 오세훈 시장을 압도적인 차이로 당선시켰다. 결국 속마음은 모두가 집값이 오르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자신도 한몫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문제는 이런 쇼를 정부만 하고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역사적이고 구조적이며 복합적이면서도 통제할 수 없는 국제적 변수들까지 얽혀 있는 부동산 문제를 단지 "공급을 하지 않아서", "재건축 규제를 풀지 않아서"라고 주장하는 욕심만 가득한 강남권의 재건축조합과, 건설사와 똑같은 논리로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주면서도 그것이 마치 공익인 양 포장하는 야당 정치인과 상업 신문사도 정치적 쇼를 하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서울에 주거 공간이 부족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어떤 기간에는 떨어졌고 어떤 기간에는 치솟았다. 따라서 공급은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벡터일 수 없다. 그러면 그들은 왜 이렇게 공급을 부르짖을까?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아래 재건축 메커니즙을 보자.
1,000세대짜리 아파트 단지를 부수고 1,500세대짜리 단지를 짓는다고 하자. 그러면 500세대가 남는데 평균 10억원에 분양한다고 하면 5,000억 원이다. 이 5,000억 원을 건설회사, 그리고 재건축 조합원이 나눠 갖는다. 그러면 이 5,000억 원은 어디서 오는가? 1,000세대가 있는 땅에 1,500세대를 지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용적률을 높여줬기에 가능한 것이다. 정부는 도심에 500세대의 공급량을 보존하기 위해 용적률을 높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재건축은 엄청나게 공적인 행위인데 건설업체의 광고를 받는 언론은 재건축 규제를 사유재산 침해로 끊임없이 왜곡한다.
왜 집값이 안 잡힐까
그럼 집값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정부와 반대로 재건축 규제를 풀어주면 재건축 아파트 투자로 시세차익을 올린 사람들이 다른 재건축 아파트 사냥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집값을 잡을 방법으로 양도세 인하를 제안한다. 현재 아파트 가격은 많이 올랐지만 매수자는 많지 않다. 따라서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인하해 주면 양도세 인하분만큼 집값을 깎아주는 유주택자가 생겨날 것이고, 그 숫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분노 매수와 냉정한 매도
2020년 6월, 아파트 매매 건수는 2006년 11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갑자기 매수가 증가한 것은 특이한 현상이었다. 과거 대비 30대의 아파트 매수가 크게 증가한 것인데, 30대가 아파트 시장의 주요 매수 연령층이 된 이유는 분노에 있다. 30대가 분노로 아파트를 매수하는 가운데 집을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 거래 주체별로 보면 법인 매도 물량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부동산 투자의 선수라고 할 수 있는 법인이 2019년 말부터 정부 규제가 강화되자 가격 상승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서서히 매물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변화가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부동산 가격은 투자 수요와 매도물량 증감으로 결정된다. 투자 수요는 수익률이 상승하면 증가하고 수익률이 하락하면 감소한다. 가격을 결정하는 최종 요소는 매도 물량이다. 매도 물량은 금리, 대출, 부동산 규제, 심리 등에 의해 결정된다. 투자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매도 물량이 증가하면 가격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 현재 코로나 19로 인한 제로금리 시대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금리 인하를 통한 투자 수요 증가는 불가능할 것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보유 부담이 커질수록 매물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집은 사면 평균 10년을 보유한다. 즉 당장의 가격이 아니라 10년 후의 가격을 봐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한 번도 빠진 적 없이 쉼 없이 올랐다고 믿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강남구의 아파트 가격도 10% 넘게 하락했다. 자기 자산을 정확히 파악하고 예측보다 변화 원인을 정확히 알아서 행동해야 한다. 정확한 원인을 찾으면 투자 방향성이 생긴다. 불확실성이 크면 기다림도 훌륭한 투자가 될 수 있다.
'책 > 경제,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린이도 술술 읽는 친절한 금리책 - 장태민 (0) | 2021.10.17 |
---|---|
킵고잉 (Keep Going) - 주언규 (0) | 2021.07.18 |
90년생이 온다 - 임홍택 (0) | 2020.12.12 |
디맨드 -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 칼 웨버 (0) | 2020.12.11 |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통계의 힘 - 니시우치 히로무 (0) | 2020.12.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