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크로스의 최경영 기자는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금리를 꼽았다. 이 책 역시 투자의 기본은 금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기준 금리에 따라 예금이나 대출 금리가 변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크게 와닿는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투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금리가 무엇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조삼모사라는 속담이 있다.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의 도토리를 준다고 하자 화를 내던 원숭이들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준다는 말에 기뻐했다는 이야기로 원숭이들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의도로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아침에 4개의 도토리를 받은 원숭이가 1개를 다른 원숭이에게 빌려주고 저녁에 2개로 돌려받는다면, 8개의 도토리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금리의 기초이며 금리는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고 이야기한다.
금리는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준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춰서 통화공급이 늘어나면 가계나 기업은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으며, 적정 수준 이상의 유동성을 보유하게 된다. 보유한 돈이 많아지면 주식 같은 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금리는 환율도 움직인다. 미국의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미국의 예금금리나 채권금리가 상승한다. 이러면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의 금리 상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달러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그럼 중앙은행은 왜 금리정책으로 경제 흐름을 조정할까? 경기가 좋아지면 물가가 상승 폭을 키울 가능성이 커지므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고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거나 하락할 조짐이 보이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 중앙은행의 행위는 경기 사이클을 부드럽게 만드는 행위이다. 경제 사이클은 늘 호황기와 불황기를 커지게 되는데 경기가 급작스럽게 악화되거나 과열되는 것은 각종 부작용을 불러오게 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도 금리가 중요하다. 금리가 낮을수록 자금을 빌리기 쉬워져 부동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금리가 오른다고 집값 자체가 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특정한 시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올랐고,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아파트 가격이 특히 많이 올랐는데 이유는 공급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증가로 전 세계 자산 가격이 모두 올랐지만 한국 부동산은 오로지 공급에만 영향을 받는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 보유세 증가로 인한 세금 부담은 모두 세입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오로지 신규 아파트 건설에 의해서만 공급이 가능하다. 투자의 기본은 금리이지만 한국 부동산 투자만은 예외라고 볼 수 있다.
부동산과 달리 주식 투자의 99%는 금리에 달려 있다. 주식투자 시 예상되는 기대수익률과 채권금리의 차이를 일드갭이라고 하는데 가장 대중적으로 활용되는 지표 중 하나이다. 일드갭이 높을 때는 주식투자 비중을 높이고, 낮은 때는 안전한 채권투자 비중을 높이는 게 유리하다. 그 밖에 ROE, PER, PBR 등의 지표를 많이 활용하긴 하지만 특정 종목보다는 자산 배분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즉 어떤 시기에 어떤 자산군에 중점을 둘지 결정하는 것인데 금리가 높을 때는 금리 상품, 낮을 때는 주식 상품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이 책에서 금리 관련 이야기는 일반적이고 원론적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경제 지식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부동산 얘기가 나오자마자 앞에 했던 얘기들을 완전히 뒤집고 본인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기 바쁘다. 머리말에서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이 책이 2017년에 쓴 책의 완전 개정판이라고 하니 추가된 내용이 어떤 내용일지는 짐작이 간다. 최저임금 관련한 저자의 발언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경제 전문가로서의 분석인지 본인의 정치색을 드러낸 것인지 판단해 보길 바란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사회적 논란을 키웠다. (중략) 최저임금과 민감한 곳은 우리 사회의 '어려운 곳'이다. 자영업자나 영세 중소기업 등은 종업원에게 높은 임금을 쥐어주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이런 곳들이 최저임금의 인상에 직접 연관된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사실 최저임금과 별 관계가 없다. (중략) 노동계의 대표라는 사람들은 최저임금을 더 올리길 원했으나, 사실 그들은 엄밀한 의미의 노동계 대표가 아니다. 이미 우리 사회 평균 이상의 삶을 사는 대기업과 금융권 종사자들의 이익을 대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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