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글, 행이라는 큰 분류는 있지만 주제와 상관없이 저자가 보고 듣고 느낀 내용을 기록한 일종의 일기장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얼마 전에 읽었던 보이스의 경우 경험과 그 경험에서 느낀 점이라는 큰 틀이 있었는데 이 책의 경우는 생각만 적은 글도 있고 분량 또한 매우 자유롭다. 대체로 한 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이 많은데 속도감에는 도움이 되지만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데 갑자기 끝나버려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말에는 온도가 있다. 글과 행동에도 물론 온도가 있다. 너무 차갑거나 너무 뜨거우면 상대방에서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이 책의 온도는 너무 차갑지도 너무 뜨겁지도 않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관찰력과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에세이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나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놀라우면서 부럽다. 가끔 너무 멀리 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불편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사랑은 변명하지 않는다
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몇 년 전에 결혼한 선배가 해 준 말이 있다. 결혼은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허용범위를 넘지 않는 사람이랑 하는 거라고. 관계가 좋을 때는 어떤 행동을 해도 좋기 마련이지만 안 좋을 때는 그 행동이 현실로 다가온다. 그 순간에도 선을 넘지 않는 것. 그것이 사랑인가 보다.
틈 그리고 튼튼함
그래, 탑이 너무 빽빽하거나 오밀조밀하면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폭삭 내려앉아. 어디 탑만 그러겠나. 뭐든 틈이 있어야 튼튼한 법이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일처리에 틈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 반면에 인간관계에서 튼튼한 벽을 치면 주변 사람들이 다가가지 못하게 한다. 일처리는 완벽하면서 생활에는 허점이 있는 사람이 좋다.
제주도가 알려준 것들
종종 공백이란 게 필요하다. 정말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무언가 소중한 걸 잊고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 우린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어야 한다.
누구나 쉬고 싶어 하지만 사실 쉰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쉬는 시간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막상 시간이 날 때 가만히 쉬고 있으면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어 무엇인가를 계속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몸도 마음도 소모되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 달리기만 하면 언젠가 탈이 나게 되어 있다. 삶에 과감히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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