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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세이

보이스 - 에그 2호

by dwony26 2020.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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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팅에그의 에그2호가 쓴 포토에세이이다. 스탠딩에그가 에그1호, 에그2호, 에그3호로 구성된 그룹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필명까지 에그2호로 쓰니 느낌이 묘했다. 노래는 많이 들었지만 얼굴을 본 적은 없어서 책 표지와 초반에 나오는 여자분이 에그2호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읽다보니 에그2호는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포토에세이라고 해서 이병률 작가의 책처럼 사진을 찍고 그 사진에 대한 생각을 적은 것은 아니고 글을 쭉 쓰고 예쁜 사진이 군데군데 삽입된 느낌의 책이다.

 

장애는 초구 볼과 같은 겁니다. 타자와의 승부를 '원 볼, 노 스트라이크'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뿐이에요. 아직 제겐 던질 수 있는 공이 다섯 개나 남아 있습니다. 경기를 포기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포수 미트에 집중하고, 거기다 공을 집어넣으면 그만입니다. 초구 볼을 원망하는 대신 나머지 다섯 개의 공을 더 잘 던질 수 있도록 집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야구이자 인생입니다.

 

스탠딩에그의 노래에서도 느꼈지만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저자는 굉장히 섬세하고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중반부터 등장하는 여자친구는 주관이 뚜렷하고 결단력 있는 성격이라서 둘이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 인터뷰를 찾아보니 아마도 그 여자친구와 결혼을 한 것 같다.) 여자친구와의 에피소드가 몇 개 등장하는데 보는 내내 웃음을 짓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이 둘처럼 예쁘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 마지막 데스 스타

여자친구에게 68만원짜리 데스 스타를 선물받고 시간이 없어 조립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여자친구는 일 때문에 뉴욕에 가게 된다. 여자친구를 보내고 데스 스타를 조립하던 에그2호는 문득 이 가격이면 진짜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날아가 그녀와 함께 보내는 하루가 훨씬 더 아름다웠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뉴욕에서 밤을 보내고 있을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년 아모리 쇼는 나랑 함께 가자. 그때 비행기표는 네 것까지 두 장 다 내가 살게."
그러자 그녀는 웃으면서 받아쳤다.
"왜, 지금이라도 데스 스타 타고 오지그래?"

 

피터 도이그, 좋아하세요?

여자친구와 막 사귀기 시작했을 무렵, 피터 도이그를 좋아하냐는 그녀의 물음에 잘 보이고 싶어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었다. 2년 후 갤러리에서 피터 도이그의 '카누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에그2호의 등 뒤에서 여자친구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피터 도이그를 좋아하시나봐요?"
"네,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거든요."

 

에필로그

여자친구와 사귀기로 하고 몇 번의 데이트를 했을 무렵, 저자는 자신의 잘 짜여진 일상을 그녀에게 꼼꼼히 설명했다. 이처럼 완벽하고 아늑한 삶을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던 저자의 얘기를 가만히 듣던 그녀는 갑자기 실소를 터뜨렸다.

 

"풋, 잠깐만. 그렇게 정해놓은 게 많으면 네 일상에는 새로운 일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데?

 

 
보이스(Voice)
아름답고 편안한 멜로디와 공감 가는 가사로 잘 알려진 어쿠스틱 뮤지션 스탠딩에그. 얼굴과 이름을 밝히지 않고 에그 1호, 에그 2호, 에그 3호라는 호칭으로 활동한다. 그중 에그 2호는 감성 어린 사진과 글로 SNS에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보이스(Voice)』는 에그 2호가 자신의 음악적 영감의 원천을 그대로 옮긴 책으로 일상과 음악, 여행과 관계에 대한 공감의 이야기를 직접 찍은 사진들과 글로 묶었다. 뮤지션으로서의 일상, 스물다섯에 겪은 난독증, 장애를 가진 야구 선수와의 만남, 반려견 망고와 함께한 시간, 악상이 떠오르지 않아 좌절했던 경험, 낯선 곳으로 떠난 여행 등 에그 2호는 자신의 삶 속에서 느낀 작은 감정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 글로써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진심을 담아 전달하는’ 스탠딩에그의 노래처럼 에그 2호의 ‘진심’이 담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따뜻한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에그 2호
출판
한겨레출판사
출판일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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