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강남에 집을 사라'이다. 슈퍼리치의 서재니 노벨상이니 하는 것들은 억지로 만든 논리이고, 결론은 명확하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주식 투자에 대한 내용도 넣었지만, 내용의 깊이나 디테일을 보면 저자는 주식 투자로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남 부자가 계속해서 잘 살기 위해 '부의 인문학'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책이라 보면 된다.
저자는 자신의 글이 설득력이 있다는 증거로 네이버 카페에 쓴 글을 내세우고 있다. 2017년 11월에 서울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2018년 1월에 비트코인이 폭락할 것이라고 했던 '예언'이 척척 맞아떨어졌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몰랐던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우리 모두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돈이 없기 때문에 집을 사지 못하는 것이다. 비트코인 역시 모두가 폭락할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겠지' 하는 마음에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던 것이다.
얼마 전 읽은 '돈의 속성'이라는 책에 품질이 좋은 돈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품질이 좋은 돈이란 정당한 방법으로 차곡차곡 모아서 당장 어디로 가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이런 돈으로 투자를 하면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도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과도한 빚을 경계하는 듯 하다, 빚을 내서 투자를 하라는 이야기를 한다. 본인이 그렇게 성공한 것은 알겠지만, 매우 위험한 발언이다.
자산 상승 사이클을 주목하고 바닥에 이르렀을 때 과감하게 빚을 얻어서 투자해야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은 상승과 하락 사이클을 몇 년간 그리면서 우상향한다. 따라서 바닥이라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빚을 얻어서 투자하는 게 최고로 빨리 재산을 늘리는 첩경이다. 이게 투자의 핵심이다. 이게 자본주의 게임에서 이기는 법이다.
서울에 집을 사야 하는 분명한 이유
저자는 서울 집값이 오르는 이유로 인구를 꼽는다. 대도시로 인재와 기업이 집중되고, 자연스럽게 집값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의 인구는 10년째 하락 중이다. 그리고 내가 다니는 회사는 강남에 있지만 강남에 사는 사람은 손에 꼽고, 절반 정도는 서울이 아닌 곳에 살고 있다. 그리고 대표적인 IT 단지인 상암DMC, 판교 테크노밸리 등은 지자체에서 전략적으로 단지를 조성하고 임대료, 세금 등의 혜택을 제공하여 기업들이 몰린 케이스다. 실제로 회사가 갑자기 이사하는 바람에 많은 직장인들이 불편을 호소했는데, 기업이 인재를 찾아 간다는 저자의 설명과는 맞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은 수익성에 따라 달라진다
저자는 상가 임대료는 상가 주인이 마음대로 정하고 올리는 게 아니라 상가의 수익력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그 상가에서 얼마나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서 정해지는 것으로 상가 주인을 욕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한 반박은 아래 홍석천씨의 인터뷰로 갈음한다. 저자는 전월세 가격, 집값 역시 수요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집값이 경제가 좋아질 때만 올랐고, 하락도 발생했기 때문에 투기꾼 때문이 아니라고 하는데, 투기꾼들은 단 한 번의 하락이나 보합도 없이 끊임없이 가격을 올리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272646622359032&mediaCodeNo=257&OutLnkChk=Y
정부의 부동산 대책,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저자는 서울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양도소득세 중과 철회, 서울 재개발·재건축 규제 폐지, 임대주택 건설 확대를 꼽는다. 서울에 집이 모자라는데 집권당이 정치적인 이유로 엉뚱한 경기도에 집을 짓고 있고, 이는 엄청난 국가적 손실과 낭비를 불러온다고 한다.
재개발·재건축을 허용해 주면 단기적으로 재개발˙재건축 가격이 급등한다. 그러면 질투심에 사로잡힌 대중이 집권당을 비난하고 등을 돌리게 된다. 그러면 집권당의 지지율은 폭락하고 다음 선거에서 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니 엉뚱한 경기도에 물량 폭탄을 투하하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분양가상한제를 반대한다. 분양가상한제를 반대하는 논리로 로베스피에르의 우유값 폭등 일화를 제시한다. 프랑스대혁명 때 시민들이 생필품 가격이 오른 것에 대해 불평을 하자, 로베스피에르는 대중의 인기를 얻을 속셈으로 우유 가격을 강제로 반으로 내려 최고가를 정해 주었다. 목축업자는 우유를 팔아서 손해를 보게 되자 젖소를 도살해서 고기로 팔았다. 젖소가 도살되자 우유 생산량은 더 줄고 우유값은 더욱더 폭등했다. 이에 로베스피에르는 사교 가격을 반으로 내려 최고가로 정했고 사료업자는 사료 생산을 중단해 버렸다. 그 결과 우유값은 10배가 폭등했다는 것이다.
정치인은 왜 분양가상한제를 하려고 할까? 경제 원리에 무지한 투표자의 표를 얻기 위해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저자는 정치인들이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정권 유지를 위한 정책을 내놓는다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강남 3구에 아파트를 보유한 정치인들이 부동산3법을 서둘러 통과시키고, 마찬가지로 부동산 부자인 저자가 분양가상한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자신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집값이 내려가기를 바라기 때문에?
http://www.topstar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822836
또한 1가구 다주택자는 단기적으로 집값을 상승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집값을 안정시킨다고 주장한다. 1가구 다주택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집 한 채를 제외하고 나머지 집은 모두 임대를 주기에 전세가를 하락시키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1가구 다주택자가 없다면 총 주택 수가 줄어들게 되고 당연히 전세가와 집값을 폭등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역사가 길어서 국민들의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많은 선진국은 1가구 다주택자를 규제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래 기사를 보면 미국에서 넘치는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 이유를 보유세와 대출 규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미국의 보유세는 1~3% 수준으로, 뉴욕시에 10억 원짜리 집을 한 채 가지고 있다면 매년 1,800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강남에 10억 원짜리 집을 가지고 있다면 보유세는 면제, 재산세는 180만원만 내면 된다. 7·10 대책으로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올리겠다고 하자 집주인들이 시위에 나섰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한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62145&CMPT_CD=P0010
부자들의 사회 인식
이 책을 읽으면서 은마아파트 소유자협의회 대표의인터뷰 내용이 떠올랐다. 8·4 부동산 대책 이후의 인터뷰인데, 정부의 공공재건축(용적률을 300~500% 수준, 최대 50층까지 허용해 주는 대신 증가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는 내용)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인터뷰이다. 그들의 생각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씁쓸한 인터뷰였다.
사회자 > '층수도 35층 제한을 50층까지 풀어주고 이 정도를 해 줄 테니 대신 늘어나는 분량의 50~70%만 내놔라. 그리고 이익도 10%는 가져가자. 90%만 다오' 이걸로는 안 된다고 보세요?
소유자 > 뭐 큰 이득이 없다고 봅니다. 어차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늘어나는 아파트 비싸게 분양하기 어렵고, 분양해서 수익 난다고 해도 초과 이익 환수금 때문에 조합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그리고 10%의 기대 이익 보장하는데요. 기대수익이요? 기대수익 안 주더라도 재건축이나 빨리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자 > 아, 그러니까 이익 환수 90% 가져가고 안 가져가고 이 문제는 아니고, 그냥 짓고 싶은 아파트 규제 없이 짓게나 해 달라, 이 말씀이신 거예요?
소유자 > 그렇습니다.
www.nocutnews.co.kr/news/53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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