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이슈가 된 지도 몇 년이 지났다. 대부분의 기술이 그러하듯이 처음에 크게 이슈가 되었다가 한동안의 잠복기를 거친 후 잘 준비된 누군가에 의해 세상을 변화시킨다. 빅데이터는 알파고로 대표되는 머신 러닝을 만나 만개했고 세상을 바꿀 기술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런 시기에 데이터는 완벽하지 않으며 인문학적 통찰이 인간을 이해하기에 더 적합하다는 저자의 주장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내용은 전반적으로 깊이가 있지만 글을 잘 쓴 편은 아니라서 읽기가 어렵고 오래 걸렸다.
센스메이킹은 인문학에 기초해 실용적 지혜를 얻는 방식이다. 알고리즘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이라면 센스메이킹은 특별하고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센스메이킹은 철학, 인류학, 문학 등 여러 학문분야와의 교류를 통해 얻어낼 수 있으며 다음의 5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
- 개인이 아니라 문화를 살핀다.
- 피상적 데이터가 아니라 심층적 데이터가 필요하다
- 동물원이 아니라 초원으로 나간다
- 제조가 아니라 창조한다
- GPS가 아니라 북극성을 따라간다
센스메이킹이라는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작가는 예시를 주로 사용한다. 제일 처음 드는 예시가 포드사인데 자동차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흔히 자동차 하면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을 연상하지만 실제로 자동차는 95퍼센트의 시간 동안 주차되어 있고 나머지 5퍼센트의 시간도 대부분 지루한 정체 속에서 보낸다고 한다. 나도 꽉 막힌 도로에서 20킬로로 주행하는 페라리를 보며 한국에서 슈퍼카를 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 생각들이 센스메이킹의 출발인 것 같다.
다음은 조지 소로스를 예로 들어 감각에 대해 설명하는데 사실 이 부분은 공감이 잘 되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검은 수요일에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비결 중 하나로 감각을 이야기하는데 그런 감각을 가지게 된 비결이나 활용법에 대한 설명이 빠진 것 같다. 기침을 하면 위험을 피한다 같은 내용은 차라리 미신에 가까운 것 같다. 개인들이 감으로 투자하는 것을 비꼰 것일까.
또 다른 예시 중에 마트에 오는 고객에게 어떤 식료품 구매 경험을 줄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요리 경험을 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 이야기를 보니 누군가 다리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어떤 다리가 필요하냐고 물으면 더 좋은 다리밖에 만들지 못하지만 왜 다리가 필요하냐고 물으면 배나 비행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것은 기계가 더 잘 하겠지만 질문 뒤에 숨은 진짜 질문을 찾아내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천측항법 과정을 폐지하고 GPS를 기반으로 한 훈련으로 대체하였던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해킹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다시 별을 보고 항해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있다. 서로가 너무 완벽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이럴 때 과거의 기술을 돌아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축구에서도 4백이 유행하여 대응 전술이 많이 개발되자 다시 3백이 유행하고 있는 것처럼 유행도 기술도 돌고도는 것 같다. 이렇게 변화가 많은 세상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진정한 관심을 통한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관점을 통해 의미 있는 차이를 발견하고 해석하는 것, 그것이 기계는 할 수 없는 인간만의 능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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