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소비시장, 특히 자영업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창업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고 상권의 탄생과 소멸, 가격 형성 등에 대한 메커니즘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잘못된 통념에 반하는 이야기들도 많아서 창업자 및 소비자 모두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처음으로 다루는 이야기는 대만 카스텔라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다. 한때 엄청나게 유행했던 대만 카스텔라가 먹거리 X파일 방송 이후 급격하게 몰락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 아이템이 인기를 끌자 점포 수를 늘리기에 급급했던 프랜차이즈 본사, 앞뒤 가릴 것 없이 뛰어들었던 가맹점주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시장에 대한 분석 없이 내가 하는 동안은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주식 시장에서 급등주에 뛰어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성공 스토리의 허상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음식점의 성공 요인으로 흔히 생각하는 신선한 재료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음식점이 잘 되어서 회전율이 높아야 신선한 재료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성공을 위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오래 버티는 것인데 이는 자본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즉, 자본과 인맥, 운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은데 성공 스토리에 그런 내용은 쏙 빠져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원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식료품의 경우 유통업자가 대부분의 마진을 가져간다고 알고 있지만 밭떼기를 주로 하는 배추 등의 일부 작물을 제외하고는 60%가량이 농가에게 돌아간다고 한다. 밭떼기의 경우는 유통업자가 수확과 상하차 등의 수확 비용을 감당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리나라의 스타벅스 커피도 주로 테이크아웃을 하는 외국 매장과 달리 우리나라는 회전율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며 수익률을 보면 결코 높은 편이 아니다.
노동시간에 대한 진실도 흥미로웠다. 우리나라의 노동강도는 워낙 유명한 내용인데 주 48시간 이상 노동하는 노동자 중 임금노동자의 비율은 11%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자영업자라는 사실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일자리가 없어서 자영업에 내몰리는 사람들이 부족한 수입과 과도한 노동시간에 고통받고 있다. 게다가 5년 내 생존율은 20%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정말 자영업 지옥 국가인가?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그래도 희망은 있다'이다. 우선 폐업률의 경우 업종 변경, 재등록 등이 통계에 잡히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가 아니고 폐업을 하더라도 권리금 등을 통해 초기 투자금을 상당 부분 회수했다면 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자영업자의 수가 줄어든다면 1인당 임금 노동자 비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정책도 개선되고 있으므로 사업에 대한 감각을 키우고 시야를 넓혀 도전한다면 충분히 기회는 있다.
나는 주로 소비자의 입장으로 이 책을 보았는데 몰랐던 내용이 많이 있었고 자영업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언론의 단편적인 기사에 휘둘리지 않고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한다는 것을 재차 깨닫게 되었다. 나도 언젠가 자영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시장 상황을 최대한 파악해서 실패 확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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