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표지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동화 같은 소설이다. 잠들어야만 입장 가능한 마을과 달러구트 꿈 백화점, 그리고 신입 직원 페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마을에는 다양한 꿈 제작자들이 있고 꿈 백화점에서는 그 꿈들을 팔고 있다. 사람들은 잠이 들면 이 마을에 가서 꿈을 구매하고 깼을 때의 감정으로 가격을 지불한다. 다양한 꿈에 대한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보는 재미가 있다.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의 시간을 다스리는 시간의 신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문득 시간의 신은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의 신은 자신의 세 제자를 불러 과거, 현재, 미래를 각각 다스리게 했다. 첫째 제자는 미래를 다스리며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능력을 받았다. 둘째 제자는 과거를 다스리며 무엇이든 오래 추억할 수 있는 능력을 받았다. 셋째 제자는 현재를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고 자신은 모두가 잠든 시간을 다스리겠다고 하였다. 시간의 신은 첫째 제자가 미래만 생각하느라 버린 안개처럼 뿌연 기억과 둘째 제자가 과거의 기억에 갇혀 흘린 눈물을 섞어 잠든 시간 동안 그림자가 깨어 있게 하였다. 이후 사람들은 매일 밤 꿈을 꾸게 되었다.
위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를 읽고 온 덕분에 페니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취직하게 되었다. 꿈 백화점은 5층까지 있는데 페니는 달러구트, 메이 아주머니와 함께 1층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거기서 다양한 손님들, 다양한 꿈들, 그리고 전설의 꿈 제작자들을 만나게 된다. 꿈의 종류도 다양한데 꿈에 누군가가 나오면 괜히 더 관심이 가게 된다든가, 꿈에서 어떤 예술 작품의 영감을 얻게 된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보면 저자가 꿈에 대해 많을 생각을 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인 떠나는 사람이 남겨진 사람에게 보내는 꿈 이야기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꿈의 종류와 그 꿈에 담긴 의미, 그리고 그 꿈의 제작자와 그 꿈을 꾸는 사람들까지 설정이 꽤 탄탄한 편이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왠지 다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달러와 페니만 해도 그렇고, 태몽을 만드는 제작자의 이름이 아가냅(nap) 코코, 자유로운 동물의 꿈을 만드는 제작자의 이름이 킥 슬럼버인 것 등등. 이외에도 재밌는 설정들이 많이 숨겨져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설정과 에피소드 중심이다 보니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가 없다는 것? 그래도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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