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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박민규

by dwony26 2020.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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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를 기억하는가. 1982년, 다른 팀들이 배팅 자세의 청룡, 야구공을 문 사자, 배팅 자세의 곰, 포효하는 호랑이, 롯데와 자이언츠의 머릿글자인 LG같은 점잖은 마스코트를 내세울 때 무려 슈퍼맨을 마스코트로 한 파격적인 구단이다. 나도 그 세대가 아니라서 게임이나 기사로만 접해보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의 활약을 세세히 알 수 있었다.

 

그랬거나 말거나 1982년의 베이스볼

주인공은 인천에 사는 12살의 소년이다. 1982년에 프로야구의 개막을 앞두고 인천에 삼미라는 구단이 창단되었다. 주인공은 친구들과 함께 어린이 야구단에 가입하여 삼미를 열렬히 응원하였지만 '치기 힘든 공은 절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절대 잡지 않는' 삼미는 세울 수 있는 안 좋은 기록들은 모조리 세워나갔다. 이 부분에서 주인공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사들이 많이 나오는데 정말로 12세 소년이 쓴 것처럼 생동감있고 재미있다.

 

그날 밤 나는 새로운 사실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해온 내 인생이 알게 모르게 삼미 슈퍼스타즈와 흡사했던 것처럼, 삼미의 야구 역시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야구였단 사실이다. 분명 연습도 할 만큼 했고, 안타도 칠 만큼 쳤다. 가끔 홈런도 치고, 삼진도 잡을 만큼 잡았던 야구였다. 즉 지지리도 못하는 야구라기보다는, 그저 평범한 야구를 했다는 쪽이 확실히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랬거나 말거나 1988년의 베이스볼

인생의 전부였던 삼미 슈퍼스타즈는 어느새 주인공의 인생에서 희미해졌다. 그 사이 이른바 정신을 차린 주인공은 일류대에 진학했다. 대학생이 된 주인공은 근처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가게 문을 닫고 돌아오는 새벽의 밤거리에서 술에 취한 그녀를 만난다. 그녀와 애인은 아닌 상태로 만나온 주인공은 그녀의 결혼 소식에 군대를 가고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그랬거나 말거나 1998년의 베이스볼

이제 주인공은 직장인이 되었다. 12시에 퇴근하고 5시에 출근하는 생활이 반복되자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명예퇴직을 당했다. 그런 즈음에 같이 삼미 슈퍼스타즈를 응원했던 조성훈이 찾아온다. 그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일본에 갔고 거기서 만난 부랑자와 삼미 슈퍼스타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인생을 깨달았다.

 

부끄러운 게 아니잖아. 라고, 조성훈이 얘기했다. 부끄러운 거야. 라고, 내가 답했다. 왜? 놈이 다시 물었다. 나는 침묵했다. 왜 부끄러운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왜? 집요하게 놈이 다시 물었다. 진 거니까, 결국 나는 그런 대답을 하고야 말았다. 지면 어때? 조성훈이 얘기했다.

 

조성훈과의 대화를 통해 주인공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이기기 위한 야구가 아니라 야구를 통한 수양을 중시했던 삼미를 통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그렇게 둘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만든다. 그리고 주인공은 아내와 재결합하고 종합병원의 후생관리 직원이 된다.

 

이 책은 주인공이 커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로 볼 수 있는데 초반의 발랄한 분위기와 달리 중후반부는 조금 우울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삼미 슈퍼스타즈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는 부분은 관계자가 들으면 비꼬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만큼 과장이 심하긴 하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재미와 몰입감을 잘 유지하는 재밌는 소설이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2003년 제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출간 당시 기존 소설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 감각적인 문장으로 대단한 신인작가의 탄생을 알리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많은 독자의 공감과 사랑을 받아온 마이너리티들의 영원한 히어로, 소설가 박민규의 대표작이다. 1983년 한해를 제외하고 만년 꼴찌였던 삼미 슈퍼스타즈를 모티브로 삼아 경쟁사회와 자본주의에 대한 유쾌한 풍자를 담아낸 이 작품은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빠른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도발적인 대답을 담고 있다. 1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절실한 메시지가 되어버린, 사회의 주류에서 소외된 낙오자들(사실은 우리 모두)에 대한 관심과 그러한 소외를 야기한 현대사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일류대를 졸업했지만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주인공, 분식집 주인, 3명의 애인과 7명의 섹스파트너를 가진 '그녀' 등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80년대를 주무대로 기발한 상상력, 현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결코 가볍지 않는 주제의식이 어우러져 있다. 끝까지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을 지켜나가는 모습들을 통해 현대 젊은 세대의 경쾌하면서도 치열한 삶의 자세를 스포츠 열기로 상징화 시켰을 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자본주의의 빡빡한 세상 속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식을 드러낸다.
저자
박민규
출판
한겨레출판사
출판일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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