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의 남은 수명을 보는 자와 저승사자, 그리고 저승사자들의 할당량 때문에 죽어야 했던 누군가가 살아나면 대체자가 필요하다는 설정까지. 참신한 소재까지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작가는 그 믿음을 무참히 깨뜨리고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 버렸다. 초반에 의미 없는 이야기를 길게 쓰고 있을 때 알아봤어야 했나.
주인공은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본인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리고 특이한 능력을 얻게 되는데 바로 사람들의 등에서 그들의 수명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퇴원 후 카페에서 죽기 직전의 커플을 살리려던 주인공에게 저승사자가 찾아와서 자신들의 일을 방해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죽어야 할 사람이 살아나면 다른 누군가가 죽게 된다고. 그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은 문득 사고 직전에 자신들의 등을 보고 있던 남자를 떠올리고 자신의 등 뒤에 있는 숫자를 물어보기 위해 그를 찾아 나선다. 그를 찾으러 가는 버스가 휴게소에 들렀을 때 버스가 곧 사고를 당하리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을 대신해서 버스에 올라타는 누군가를 목격한다. 주인공은 그 후로 사람들 등 뒤의 숫자에 신경 쓰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핵심 주제가 빽넘버이고 책의 제목도 그렇지만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내용은 주인공의 병원 생활이다. 주 이야기는 초반에 잠깐 밑밥을 뿌렸다가 회수하는 듯하다가 바로 끝나 버렸다. 그리고 약간씩 보이는 인터넷 어투나 안 해도 되는 설명을 길게 하는 부분 등 아쉬운 점이 많았다. 여러모로 소재나 광고에 비해 아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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