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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빽넘버 - 임선경

by dwony26 2020.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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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의 남은 수명을 보는 자와 저승사자, 그리고 저승사자들의 할당량 때문에 죽어야 했던 누군가가 살아나면 대체자가 필요하다는 설정까지. 참신한 소재까지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작가는 그 믿음을 무참히 깨뜨리고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 버렸다. 초반에 의미 없는 이야기를 길게 쓰고 있을 때 알아봤어야 했나.

 

주인공은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본인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리고 특이한 능력을 얻게 되는데 바로 사람들의 등에서 그들의 수명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퇴원 후 카페에서 죽기 직전의 커플을 살리려던 주인공에게 저승사자가 찾아와서 자신들의 일을 방해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죽어야 할 사람이 살아나면 다른 누군가가 죽게 된다고. 그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은 문득 사고 직전에 자신들의 등을 보고 있던 남자를 떠올리고 자신의 등 뒤에 있는 숫자를 물어보기 위해 그를 찾아 나선다. 그를 찾으러 가는 버스가 휴게소에 들렀을 때 버스가 곧 사고를 당하리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을 대신해서 버스에 올라타는 누군가를 목격한다. 주인공은 그 후로 사람들 등 뒤의 숫자에 신경 쓰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핵심 주제가 빽넘버이고 책의 제목도 그렇지만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내용은 주인공의 병원 생활이다. 주 이야기는 초반에 잠깐 밑밥을 뿌렸다가 회수하는 듯하다가 바로 끝나 버렸다. 그리고 약간씩 보이는 인터넷 어투나 안 해도 되는 설명을 길게 하는 부분 등 아쉬운 점이 많았다. 여러모로 소재나 광고에 비해 아쉬운 작품이다.

 

 
빽넘버
2015 대한민국 전자출판대상 ‘대상’ 수상작인 임선경 장편소설『빽넘버』.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중상을 입은 청년 이원영이 다른 이의 등에 쓰인 ‘숫자’를 보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죽음이라는 무겁고도 운명적인 소재를 담담하고 유머러스한 문투로 일상에 녹여낸, 완성도 높은 데뷔작이다. 등에 백넘버가 없는 남자와 맞닥뜨린 이원영. 곧 원영은 백넘버가 없는 그들의 정체와 부모님을 잃은 사고 직전, 휴게소에서 스쳐 지나갔던 남자에 대해서 알게 되는데….
저자
임다은
출판
들녘
출판일
201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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