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시작한 후로 독서에 대한 부담감이 늘 있다. 시간이 나면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아 책 읽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인생이 바뀐다고 해서 읽기 시작한 책인데 어느덧 미뤄둔 숙제같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이렇게 침체기가 올 때면 독서법 책을 읽곤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는 책을 보면 다시 끔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왜 읽기 힘들까?
우리는 책을 왜 읽을까? 책을 많이 읽으면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많이 안 읽을까? 그건 책이 재미없기 때문이다. 책이 재미없는 이유를 저자는 독서를 '숙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은 콘텐츠인데 재미보다 대학 입시와 취업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 되어 버려서 책을 읽고 싶지 않다는 잠재의식이 생겨 버렸다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은 과감히 덮어 버리고 독서 자체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문장을 쓰면서 위를 보니 나 역시 독서를 숙제라고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이 다가오는 것이 아쉬웠던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어릴 때 무협, 판타지 소설만 읽는 친구들을 보면서 그건 독서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그들은 독서의 본질을 깨닫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완독의 기준
책을 중간에 덮으면 찜찜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데, 기록을 하면서 더더욱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은 과감히 덮어야 한다. 세상에는 좋은 책이 정말 많기 때문에 재미없는 책을 읽으면서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예전에 지대넓얕에서 재미없는 책도 끝까지 읽는다는 독실이에게 채사장이 '그럼 책을 딱 덮으면서 아이고 괜히 읽었다. 이러십니까?'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내가 많이 그래왔기 때문에.
목차 사용 설명서
책을 고를 때는 전혀 모르는 책을 고르면 안 된다. 사람들이 좋다고 느끼는 책은 이미 내가 알고 있거나 공감하고 있는 이야기가 절반 이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전혀 모르는 이야기가 엄청나게 흥미로운 경우도 있지만, 아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의 반가움이 더 큰 것 같다. 내가 이만큼 알고 있고, 그 이야기가 이렇게 연결되고 하는 것을 볼 때의 뿌듯함, 재미가 만만치 않다.
책을 천천히 읽는 이유
재미없는 책을 천천히, 꾸역꾸역 읽는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한 번에 제대로 읽고, 다시는 안 보려고.' 예전에 '죄와 벌'이라는 책을 선물 받은 적이 있는데, 무려 3년을 걸려 읽고 옆으로 치워 버렸다. 지금도 죄와 벌 하면 대충의 줄거리, 그리고 내가 3년 걸려 읽었다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볼 가치가 없는 책은 천천히 읽을 필요도, 끝까지 볼 필요도 없다.
이 책을 보면서 독서법보다는 책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저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은 순간에 읽고 싶은 만큼 읽으면 되는 것이었다. 책은 숙제가 아닌 놀이이며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이다. 몇 권을 읽어야겠다는 목표와 부담감은 내려놓고 내 위주의 이기적인 독서를 해야겠다.
'책 >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 - 채사장 (0) | 2020.12.12 |
---|---|
유럽 도시 기행 1 - 유시민 (0) | 2020.12.12 |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 임승수 (0) | 2020.12.11 |
이 방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 - 토머스 길로비치, 리 로스 (0) | 2020.12.11 |
팩트풀니스 -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0) | 2020.12.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