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깊은 사전인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지혜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는 지식(knowledge)이다. 축적된 철학적 또는 과학적 학습 내용을 말한다. 둘째는 통찰(insight)이다. 내적인 질과 관계를 가려내는 능력을 가리킨다. 셋째는 판단(judgement) 또는 분별력(good sense)이다.
웹스터 사전의 정의뿐 아니라 우리말에서도 지식과 지혜는 다른 느낌으로 사용된다. 지식이 암기의 영역이라면 지혜는 이해의 영역이랄까. 지식이 객관적인 사실을 많이 알고 있는 것을 뜻한다면 지혜는 주변 사람들을 심리를 파악하고 영향을 준다는 것을 뜻한달까. 아무튼 이 책은 나를 더 지혜롭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심리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객관성이라는 환상 초월하기
소박실재론이란 사람들이 스스로 세상을 주관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고 여기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객관적이라고 믿기 때문에 스스로의 시야를 흐리게 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에게 똑같은 내용의 보도를 보여주었을 때 전원이 상대편에게 유리하게 작성된 기사라고 주장하였다. 소박실재론을 넘어서려면 자신의 관점이 다른 사람의 관점보다 타당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상황이 발휘하는 힘 이해하기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장기 기증 서약을 하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특정한 행동을 해야 하는 옵트인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유럽 국가들은 모든 사람이 장기를 기증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장기를 기증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특별한 행동을 해야 하는 옵트아웃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옵트인 방식을 채택한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서약률은 네덜란드의 30퍼센트인데 옵트아웃 방식을 채택한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서약률은 스웨덴의 85퍼센트이다.
언어 자체가 지혜의 바탕
사람들은 비계가 20퍼센트인 고기보다 살코기가 80퍼센트인 고기를 더 좋아한다. 또한 사람들은 실패율이 5퍼센트인 콘돔보다 성공률이 95퍼센트인 콘돔을 더 좋아한다. 공동체 게임이라고 이름을 붙인 경우가 월스트리트 게임이라고 이름을 붙인 경우에 비해서 협력 빈도가 약 2배나 높았다.
행동이 정신을 지배하는 원리 알기
자기가 느끼는 것이 자기가 행동하는 것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사람은 우울하고 의기소침한 기분일 때는 더 느리게 움직이고, 감정이 한껏 고조되어 있을 때는 더 빠르게 움직인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반대 현상 역시 나타난다는 것을 입증했다. 어떤 일을 할 때 취하는 자세와 방식이 자기가 느끼는 감정에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이 방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
행복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면 행복한 사람이 되는 길을 한결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지 않은 길이나 기각한 선택지를 깎아내리고 헐뜯는 데 쓸데없는 힘을 낭비하지 마라.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평가하게 되는 비교는 피해라. 현재 자기 삶에서 부족한 어떤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과거에 경험했던 멋진 시간과 과거에 누렸던 축복을 음미해라. 그와 함께, 지금 당장 느끼는 행복감에 기여할 여러 가지 경험도 찾아 나서라.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많다. 다만 그것이 어떤 심리 법칙에 의한 것인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딱딱 집어 알려준다. 다만 이 책의 번역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저자들을 제3자인 것처럼 소개하는가 하면 분명 한국말인데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오타와 띄어쓰기 오류도 너무 많다. 책의 내용에 비해 마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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