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에서 자주 봤던 임승수 작가님의 책이다. 월수입이 아이큐보다 낮다며 항상 홍보에 열심이신데 이 책도 읽어보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을 홍보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책을 홍보하기 위해 책을 쓰다니 정말 자본주의적 발상이다. 나는 두 책도 모두 소장하고 있는데 꼭 읽을게요.
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돈보다 시간이 중요하다'이다. 아주 재미있는 일화가 소개되어 있는데 미국의 사업가가 멕시코 어부를 만나서 나눈 이야기이다. 어부는 참치를 잡고 남는 시간에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살고 있었다. 그를 본 사업가는 회사를 만들어 차근차근 키운 후 비싼 값에 매각하라고 조언한다. 어부가 그다음에는 무엇을 하냐고 묻자 멋지게 은퇴해서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살라는 것이다. 그러자 어부는 말한다. "음... 저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데요?"
시간의 중요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자본가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노예주와 노예의 관계, 영주와 농도의 관계와 다르지 않다. 자본가가 어떻게 노동자를 착취해서 부자가 되었는지를 보려면 이윤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자본가가 물건을 만들어서 판다고 했을 때 원료와 기계에서는 이윤이 나올 수 없다. 이윤이 나올 수 있는 곳은 오로지 노동력 뿐이다. 즉, 8시간의 노동력을 얻고 3시간에 해당하는 임금만 지불하면 나머지 5시간 분의 노동력이 이윤이 되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노동자들이 생산현장에서 빼앗기는 시간인 '잉여가치'가 자본가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의 원천이라고 보았다.
소비는 소유형 소비와 체험형 소비로 나눌 수 있다. 구찌 가방, 페라가모 신발 등을 사는 것은 소유형 소비이고, 제주도나 오키나와로 여행을 가는 것은 체험형 소비이다. 사람들이 어떤 소비에서 더 행복을 느끼는지 조사한 결과 과반수가 체험형 소비에서 더 많은 행복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체험형 소비란 내가 가진 돈으로 특정한 경험을 구매하는 행위이고, 결국 '시간'을 사는 것이다. 물건이 아닌 시간을 사라.
시간을 버는 최고의 방법은 무엇일까. 작가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10년 넘게 고생해서 정리해놓은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책을 길면 일주일, 빠르면 1~2시간 만에 다 읽을 수 있다. 시간을 버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독서인 것이다. 뛰어난 사상가가 수십 년을 바쳐 써낸 책은 족히 100년의 가치는 있을 텐데, 이런 책을 100권 읽으면 실질적 수명이 1만 년 연장되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는 그다지 재미있지 않은 일화들이 많게 느껴졌는데 정리하면서 다시 보니 좋은 내용도 충분히 많은 것 같다. 무엇보다 글이 구어체로 쓰여있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특히 평소 말투와 똑같아서 목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다. 카드 할부로 여행을 가는 것까진 동의하지 못하겠지만 돈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의 주인으로 사는 임승수 작가님의 인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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