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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

유럽 도시 기행 1 - 유시민

by dwony26 2020.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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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의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여행기이다. 아테네와 이스탄불은 가 보지 않은 곳이라 새로운 도시를 여행한다는 느낌으로, 로마와 파리는 가 본 곳이라 내가 느낀 것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본다는 느낌으로 읽으니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각 도시마다 여행한 장소의 지도가 한 장 있긴 하지만, 글의 성격 자체가 에세이인지라 자세한 경로나 장소를 안내하지는 않는다.

유럽의 유적지를 갔을 때 가장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복원할 때 티를 낸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도 그걸 느꼈었고 파르테논 신전의 사진 또한 그걸 알 수 있었다. 한 건물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여러 양식으로 구성된 것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다. 올림픽 주경기장을 체육 수업 운동장으로 쓰는 그리스 아이들을 보면서 문화재란 유리 벽 안에 곱게 보존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가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 된다.

로마는 도시 자체가 유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바티칸이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시스티나 성당 천장의 천지창조를 보고 성 베드로 대성당에 들어서는 순간 그 압도적인 스케일에 놀라게 된다. 한쪽 구석에 잘 보존된 피에타나 중앙에 놓은 예수의 증거를 보면 없던 신앙도 생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는 이 공간이 교황의 권위를 상징하는 공간이지, 신의 숨결이나 예수의 고뇌를 감지하기에 적합한 공간은 아니라고 평한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성 베드로 대성당을 만들기 위해 희생된 수많은 노동자를 생각하게 되었다.

파리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루브르 박물관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디오 가이드도 없이 그 큰 곳을 돌아다니다 결국은 지쳐서 모나리자를 향해 직진했던 기억이 있다. 유시민 작가는 이 루브르 박물관을 문화재 포로수용소라고 지칭했다. 외규장각 도서 얘기를 꺼냈을 때, 루브르에서 이걸 떠올리지 못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유시민 작가는 파리가 지구촌 문화수도가 될 자격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에펠탑이라고 이야기한다. 과학혁명의 산물이자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건물, 그런 건물이 랜드마크인 것만으로도 사피엔스의 문화수도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시 파리에 간다면, 에펠탑 앞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와인을 팔던 그분에게 와인을 한 병 사야겠다.

 

 
유럽 도시 기행 1(큰글자책)
아테네 플라카지구, 로마의 포로 로마노, 이스탄불 골든 혼, 파리 라탱지구, 빈의 제체시온, 부다페스트 언드라시 거리, 이르쿠츠크 데카브리스트의 집, 이런 곳에 가고 싶었다. 다른 대륙에도 관심이 없지는 않았지만, 스무 살 무렵부터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든 곳은 주로 유럽의 도시들이었다. 그곳 사람들이 훌륭한 사회를 만들어 좋은 삶을 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떻게 더 자유롭고 너그럽고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다가 소설보다 더 극적인 역사의 사건들을 만났고, 그 주인공들이 살고 죽은 도시의 공간을 알게 되었다. 삶의 환희와 슬픔, 인간의 숭고함과 비천함, 열정의 아름다움과 욕망의 맹목성을 깨닫게 해주었던 사람과 사건의 이야기를 그곳에 가서 들어보고 싶었다. 유럽 도시 기행 시리즈의 1권인 이 책에는 각기 다른 시대에 유럽의 문화수도 역할을 했던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이야기를 담았다. 이 네 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이 이룩한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성취는 유럽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 전체를 크게 바꾸었다. 앞으로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도시 넷을 한 권에 묶으려고 한다. 특별한 사유가 생기지 않는다면, 2권은 빈, 프라하, 부다페스트, 드레스덴을 다루게 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인생은 너무 짧은 여행이란 말에 끌려 유럽 도시 기행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저자. 5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유럽 도시 기행’ 시리즈 첫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각 도시의 건축물과 거리, 광장, 박물관과 예술품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에 얽힌 지식과 정보를 그만의 목소리로 담아낸 《유럽 도시 기행 1》은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네 도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
유시민
출판
생각의길
출판일
2021.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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