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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세이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 김봄

by dwony26 2021.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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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40대 진보 딸인 김작가와 70대 보수 엄마인 손여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사상이 다른 가족들이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다. 김작가가 프랑스에 있는 친구 집에 가기 위해 손여사에게 고양이를 부탁하는 에피소드로 시작하는데 "빨갱이 좌파 고양이는 안 봐줘"라는 손여사의 멘트는 어쩐지 웃음을 짓게 된다. 모녀의 대결은 김작가가 20만 원을 주기로 하면서 자본주의의 승리로 끝이 난다.

 

김작가는 쥐를 싫어한다고 한다. 20대 중반에 혼자 살게 된 집에서 팔뚝만 한 쥐를 본 기억이 첫 번째, 스무 살 무렵 명동에 있는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찍찍이를 탈출한 쥐가 살구 주스 깡통에 붙어 있는 쥐를 본 기억이 두 번째,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닐 때 정권이 바뀌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바뀌면서 학교 전체에 탄압이 들어오게 된 것이 세 번째 기억이다. 쥐를 싫어하는 것이 고양이 두 마리를 들이게 된 원초적인 동력이 되었다고.

 

경상도 출신의 김작가 아버지는 오랫동안 보수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때 나라를 거덜 낼 판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김작가는 18대 대통령 선거 때 손여사만 챙겼다. 물론 실패했지만. 19대 대통령 선거 때도 손여사만 챙겼는데 개표 중계를 보다 문득 아버지에게 누구를 찍었냐고 물어봤다. 김작가와 아버지의 대화 내용은 한 편으로 답답하면서도 너무 귀여웠다.

 

"아버지는 누구 찍었어?"
라고 묻자,
"홍준표 아이가!"
하는 거였다.
"뭐? 민주당으로 바꿨다며?"
하고 묻자,
"남자는 좀 저렇게 치는 맛이 있어야 속이 시원하지."
하는 거였다.
"홍준표가 남자면 그럼 다른 사람들은 뭐야?"
"쪼다지."
아버지와의 정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걷는사람 에세이 7)
“좌파들, 정말 무섭네. 이렇게 진실 보도를 안 하니.” “엄마 무슨 학원 다녀, 그런 말을 다 어디서 배웠어?” 혀를 차며 진심 어이없어하는 손 여사를 보고 있자니, 더 갖다 붙일 말이 없었다. -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부분 이 짧은 대화 한 토막에서 보듯 우리 사회에서는 수많은 의견 대립들이 ‘좌파’냐 ‘우퍄’냐 극단의 프레임으로 짜이곤 한다. 그리고 그 극단의 프레임은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가장 첨예한 ‘싸울 거리’로 등장한다. 김봄 작가는 이 웃기고 슬픈 현실을 직시하며 에세이 쓰기를 결심했으며,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는 70대 엄마와 40대 딸이 일상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들에 접근한다. 그리고 그 문제들이 과연 ‘좌우’의 시각으로만 판단 내려질 수 있는 것인가 질문하며, 대한민국의 축소판과도 같은 ‘가족사’를 통해 공생(共生)의 전략과 해법은 없는지 고민하게 한다.
저자
김봄
출판
걷는사람
출판일
20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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