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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세이

여행해도 불행하던데요 - 최승희

by dwony26 2022.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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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저자의 프랑스 한 달 살기 이야기다. 책 뒤표지에 '여행기라고 기대하고 읽었다간 분명 큰코다치지만 그렇다고 여행기가 아닌 건 아닌 MZ세대 괴작의 탄생'이라고 쓰여있는데 이 책을 아주 정확하게 표현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로 치마만 두 겹을 입고 나간 상황에서 다른 에세이라면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겠지만 저자는 엉망진창이라고 말하는 것에서 뜻밖의 신선함이 느껴졌다.


저자는 칸 옆에 있는 앙티베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 칸 영화제를 보고 영화를 계속할 것인지 여기까지만 할 것인지 정하기 위해 떠났다고 한다. 칸 영화제는 티켓이 있어야 영화를 볼 수 있는데 티켓은 판매하지 않고 영화 관계자나 유명인, 기자들이 초대를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도 극장 앞에서 '초대권 하나만요'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서 있으면 초대권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저자의 유튜브에 가면 영상이 있는데 예쁘게 꾸몄다는 종이가 생각보다 예쁘지 않아서 놀랐고 R과의 대화가 생각보다 화기애애해서 놀랐다.


이 책은 분량이 거의 400페이지가 되는데 그 흔한 사진 한 장 없고 (전자책에는 저자의 유튜브 링크가 있다...!) 그림도 거의 없이 글로만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최근에 본 에세이 중에 가장 분량이 많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난 이만큼의 리뷰를 쓰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리는데 정말 부지런하고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글에 좀 화가 나 있긴 해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재질의 글이라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여행해도 불행하던데요
생각 많기로 유명한 인프제(INFJ)가 프랑스에서 ‘한달살기’를 하고 오더니 이상한 책을 하나 써냈다! 서른한 살, 뭐라도 해야 했던 그녀는 ‘칸 영화제’를 보러가기로 했다. 정체성이 영화감독인데, 그 꿈을 계속 갖고 갈 것인지 방향전환을 할 것인지 갔다와서 정하기로 했다. 목적지는 칸 옆동네 앙티베. 나름 프랑스 한 달 살기지만, 에펠탑 이야기도 개선문 이야기도 없다. 오로지 영화(제)와 글쓰기, 외출, 장보기, 마지막에 물놀이 이야기다. 작가는 불행과 행복 사이의 틈에서 누군가는 힐링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썼고, 프랑스에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제대로 여행을 하지도 제대로 살지도 못하고 그냥 있었지만) 보일락말락 아주 작은 귀걸이 하나를 달게 된 경험은 아주 값진 것이었으므로, 누군가가 만약 “떠날까 말까”를 묻는다면 어서 떠나라고 어서 당신도 작은 귀걸이 하나를 달으라고 등을 떠민다. “제가 지금 쓰고 싶은 건 저의 불행이에요. 가지고 있는 불행을 다 써버리고 나면 그러면 저에겐 더는 불행이 남지 않게 돼요.” 이 이야기는 작가의 생각을 두서없이 따라가는 듯하지만 그 안에 큰 흐름이 있다. 인생, 사랑, 행복, 가족, 꿈, 친구, 영화, 한국사회까지 많은 생각들이 조각조각 묘하게 들어가 있다. 책 《여행해도 불행하던데요》는 여행 에세이를 표방하지만 추리소설을 읽는 마음으로 시간의 틈을 추리해보는 재미가 있다. 프랑스에서의 28일, 한국에서의 28일을 교차하여 쓴 글 56꼭지를 엮었다.
저자
최승희
출판
더블엔
출판일
202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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