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저자의 프랑스 한 달 살기 이야기다. 책 뒤표지에 '여행기라고 기대하고 읽었다간 분명 큰코다치지만 그렇다고 여행기가 아닌 건 아닌 MZ세대 괴작의 탄생'이라고 쓰여있는데 이 책을 아주 정확하게 표현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로 치마만 두 겹을 입고 나간 상황에서 다른 에세이라면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겠지만 저자는 엉망진창이라고 말하는 것에서 뜻밖의 신선함이 느껴졌다.
저자는 칸 옆에 있는 앙티베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 칸 영화제를 보고 영화를 계속할 것인지 여기까지만 할 것인지 정하기 위해 떠났다고 한다. 칸 영화제는 티켓이 있어야 영화를 볼 수 있는데 티켓은 판매하지 않고 영화 관계자나 유명인, 기자들이 초대를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도 극장 앞에서 '초대권 하나만요'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서 있으면 초대권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저자의 유튜브에 가면 영상이 있는데 예쁘게 꾸몄다는 종이가 생각보다 예쁘지 않아서 놀랐고 R과의 대화가 생각보다 화기애애해서 놀랐다.
이 책은 분량이 거의 400페이지가 되는데 그 흔한 사진 한 장 없고 (전자책에는 저자의 유튜브 링크가 있다...!) 그림도 거의 없이 글로만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최근에 본 에세이 중에 가장 분량이 많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난 이만큼의 리뷰를 쓰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리는데 정말 부지런하고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글에 좀 화가 나 있긴 해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재질의 글이라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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