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는 개발자다. 어느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지도 궁금했는데 그런 정보는 나와 있지 않다. 제목만 보면 실리콘밸리의 기획, 개발 노하우를 자세히 알려줄 것 같지만 인문학 책에 더 가깝다. 심리학, 통계학에 대한 내용도 있는데 일반적인 내용이 많아서 실리콘밸리를 끼워 팔기 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대신 실제 회사나 제품의 스토리는 꽤 흥미로우니 이런 얘기 위주로 보면 될 것 같다.
첫 번째 이야기는 역시 구글이다. 구글플라이트에 숨어 있는 심리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구글 플라이트에서 항공권을 검색하면 최적의 항공권과 기타 항공권을 나눠서 보여준다. 이는 선택 기회가 적을수록 결정을 내리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선택의 역설'을 적용한 것이다. 그리고 구글은 최적의 항공권 영역에 말도 안 되는 선택지를 하나씩 끼워 넣는데, 이는 다른 선택지를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대비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선택의 결정과 순서도 중요한데 사람들은 단순한 결정에서 점점 복잡한 결정으로 갈수록 포기하는 비율이 낮다. 따라서 구글은 처음에 가격을 먼저 노출하고 이후에 시간을 선택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푸시 알림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다. 푸시 알림에 대한 확인율 통계를 보면 비 맞춤형 푸시 알림은 1%, 맞춤형 푸시 알림은 8%의 수치를 나타낸다. 저자는 맞춤형 푸시 알림의 효과가 비 맞춤형 푸시 알림의 8배라는 점을 주목하지만, 여전히 10%도 안된다는 사실이 더 놀랍게 느껴진다. 맞춤형 푸시 알림이라고 해도 많이 보내면 점점 확인율이 줄어드는데, 가장 적합한 횟수는 1주일에 1회라고 한다.
통계학 관련 이야기는 저자의 흑역사로 시작한다. 실리콘밸리에 입성한 지 두 달 만에 대형 프로젝트를 완성한 저자는 온갖 좋은 소식을 만끽하고 있었다. 고객의 피드백 역시 좋았는데 고객 서비스 부서에 고객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상당수 고객의 앱이 정상 가동이 안 되었고 피드백 역시 남길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생존자 편향'이라는 고전적인 통계 편향 개념인데 통계분석을 할 때 표본의 임의성과 대표성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창업정신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넷플릭스는 일선 직원이 관리자에게 직설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다. 시리즈물의 전 편을 한 번에 업로드하는 방식은 말단 직원이 내놓은 아이디어였는데 CEO가 이를 수용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는 '온라인 데이트용 SNS'로 시작을 했으나 사람들이 데이트용 동영상을 올리기를 주저하자 일상생활을 공유하기 위한 동영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버븐이라는 앱은 GPS 기반의 SNS 앱으로 어떤 지역에서 '체크인'을 하고 계획, 이벤트, 사진 등을 공유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고객들이 사진 보내기 기능만 즐겨 사용하는 것을 확인하고 사진 기능과 댓글, 좋아요, 필터 등 일부 기능만 남기는 방향으로 앱을 개편하여 인스타그램을 출시하였다.
요즘 개발자들의 몸값이 많이 올라가면서 IT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 비해 우리나라 개발자들의 위상도 많이 올라가고 해외 취업의 기회도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직접 경험하기 어렵다면 이런 책을 통해서라도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일하는지 익혀서 조금이라도 몸값을 더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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