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경제,경영

위기의 징조들 (Firefighting) - 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

by dwony26 2021. 12. 5.
반응형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밴 버냉키, 재무부 장관이었던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가 공동 집필한 2008년의 기록이다. 유성룡 선생님의 징비록 같은 느낌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오히려 현재의 우리나라가 2008년의 미국과 닮아있다고 생각되어 읽어보게 되었다. 당시의 상황을 굉장히 자세히 서술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도표와 숫자까지 꼼꼼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2008년 경제위기는 왜 발생했을까? 2008년 경제위기는 전형적인 금융 공황인 동시에 주택담보대출유동화증권(MBS), 즉 모기지 대출에 대한 신뢰 위기에서 촉발된 대규모 환매 사태였다. 2008년 당시 금융기관들뿐만 아니라 많은 가게가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해서 필요 자금을 대부분 대출로 조달하였다. 게다가 기존 은행 시스템의 규제와 보호감독이 미치지 못하는 금융기관들에게 너무 많은 위험이 전가되었고, 작은 위기에도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단기 대출 형태로 너무 많은 대출이 이루어져서 위험이 더욱 증폭되었다. 또한 은행의 대출 손실이 매우 낮은 '안정적 기간'이 70년 이상 지속되면서 미국 경제가 과도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서 문제의 심각성이 지나치게 과소평가된 측면도 있다. 주택 가격이 무한정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주택 가격 버블이 터지자 투매와 마진콜을 촉발했고 이것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지게 되었다.

투매 : 긴급하게 현금이 필요한 투자자들이 가격 불문하고 자산을 매각하는 상황
마진콜 : 신용으로 자산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추가증거금으로 현금을 투입하여야 하는 경우

미국 가구당 주택담보대출액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63퍼센트 급증했다. 가계 부채 중 일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되었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위험한 대출임에도 대출 인수 조건을 급격히 완화해 투자가 이루어졌다. 보통 대출기관들은 빌려준 돈을 잘 돌려받아야 하기 때문에 주위를 기울이기 마련인데, 당시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안전자산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채권을 MBS 상품으로 포장해서 매각할 수 있게 하였다. 자신들이 보유한 대출채권의 부도 위험을 모기지 상품으로 고객에게 판매함으로써 부도 위험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월가 금융기관들은 상환 능력이 좋은 대출자를 선별하느라 노력을 기울일 이유가 없었다.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은 숨겨져서 희석되고, 전 세계적으로 퍼지게 되었다.

대출기관들은 부동산 가격이 무한정 올라갈 것이라고 믿었다. 주택담보대출 붐을 일으킨 근본 요인은 결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대출 조건을 완화시켰으며, 이는 부동산 가격을 재차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상호작용했다. 대출받는 사람들 사이에는 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대출을 활용해 그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이상의 부동산을 살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대출을 상환하는 게 어려워지면 추가 대출을 받거나 차익을 남기고 집을 팔아치우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2007년 8월,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에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증권에 투자하는 세 가지 펀드의 환매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BNP파리바는 해당 유동화증권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고 코멘트했다. 은행들이 현금을 비축하기 시작하면서 은행 간 대출 금리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에 민감한 투자자들은 본인들의 자금이 동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펀드에서도 자금을 환매하는 데 나섰다. 이것이 금융시장의 위기를 본격적으로 고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2008년 3월 미국에서 17번째로 큰 금융기관인 베어스턴스가 파산 직전의 상황을 맞게 된다. 연준은 긴급대출자금 자원이 베어스턴스의 최종적인 파산을 막지 못하면서, 제공된 자금이 단지 미처 환매하지 못한 소수의 단기 채권자들을 위한 출구로 활용될 것을 우려했다. 결국 연준이 베어스턴스의 주택담보대출 자산 위험을 일부 부담해주는 조건으로 JP모건에 합병되었고 문제는 해결이 되었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인들은 무능한 은행가들을 구제하기 위해 혈세를 낭비한다고 연준을 비난했다.

베어스턴스는 극적으로 구조하였지만 시장의 위험을 해소되지 않았다. 패니메이, 프레디맥, AIG, 메릴린치 모두 리먼브러더스보다 규모가 훨씬 컸는데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직전, 동시에 모든 문제들이 불거졌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금융위기를 유발한 요인들이 집약된 전형적인 사례인데 부동산 시장에 과도한 포지션이 노출되어 있었고 대규모 환매에 쉽게 노출되는 단기 대출에 너무 의존한 데다, 규제가 느슨하고 과도한 부채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금융 시스템과 깊게 연계된 비은행권 금융기관이었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구조가 매우 특이한 금융기관이었다. 일반 국민들의 주택 소유 여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연방정부가 인가해준 기업이면서, 한편으로는 모기지 유통 시장에 대한 지배적인 장악력을 가진 수익성이 좋은 민간 기업이기도 했다. 이렇게 정부가 지원하는 기업, 다른 말로 정부 지원 기업은 워싱턴 양당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해당 기업들은 충분한 완충자본 없이도 정부가 두 금융기관을 파산하지 않게 도와줄 것이라는 시장의 가정을 잘 활용해서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위험 감수에 따른 이익은 기업이 가져가는 반면 위험 감수에 따른 위험은 납세자들이 떠안게 하는 구조로, 본질적인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금융기관의 전형이었다.


리먼브러더스가 붕괴하면 다음 주자는 메릴린치가 될 가능성이 높았고 모건스탠리 역시 위험에 처할 것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에 월가는 리먼브러더스 붕괴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리먼브러더스의 부실 자산은 규모가 컸고 베어스턴스 사태에서 연준이 떠안았던 규모의 10배 이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바클레이스의 리먼브러더스 합병이 거의 성사되었는데, 영국 규제 당국이 이 합병을 가로막았다. 영국 재무부 장관 앨리스테어 달링은 영국 납세자들이 리먼브러더스 문제로 인해 어려움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이야기하였다고 한다. 결국 리먼브러더스는 파산 신청을 했는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파산이었다.

연준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였다. AIG의 도산을 막았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민간 자본으로 즉각 자본을 확충하는 조건으로 은행지주회사가 되는 것을 허용했다. 부실자산 구제 프로그램(TARP)의 의회 통과는 금융위기 해결의 전환점이 되었다. 일부 은행은 정부를 지분 투자자로 받아들이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지만 연방예금공사의 강력한 압박에 9개 대형 은행이 모두 참여하게 되었고 주식시장은 역사상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금융위기 이후 대형 금융기관의 붕괴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진행되었다. '시스템 추가 자본부과제도'를 통해 대형 금융기관들은 중소 금융기관보다 더 많은 자본을 보유하도록 했다. 도드-프랭크 법안은 합병으로 인해 특정 은행에 금융 시스템 전체 부채의 10퍼센트 이상이 집중되지 않도록 합병을 규제했다. 이를 위해 대형 은행들을 분할 가능한 권한이 연준에 부여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지만, 미국 사회의 기업, 그리고 투자에 대한 인식이 더 인상 깊었다. 금융위기 당시 연준은 회사들에 엄격한 조건을 제시하며 구제금융을 제공했는데 대중의 정서는 그런 기업들에 도움 자체를 주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금융기관이 실패를 겪을 때마다 정부가 보상을 해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면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뿐이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을 볼모로 위기 때마다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우리나라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것 같았다.

또한 미국은 일반 납세자와 투자자를 철저하게 구분한다. 저자는 AIG 파산의 파장이 AIG 간부들과 주주들에게 국한된다고 생각했다면 AIG가 파산하도록 기꺼이 내버려 두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투자 성공에 따른 이익도, 실패에 따른 손해도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투자 성공의 공은 본인에게, 투자 실패의 책임은 남에게 돌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투자, 그리고 자유, 책임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위기의 징조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경제 역시 외환위기 이후로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전 세계적인 감염병으로 인하여 촉발된 경제 위기가 과도한 유동성, 치솟는 집값과 물가, 늘어나는 가계와 정부 부채, 부실자영업자와 부실기업 증가 등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안한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와 잡지, 뉴스 등에서 심심치 않게 금융위기를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현상들 때문이다. “금융위기는 반드시 다시 온다!”라는 이 책의 경고처럼 불안한 경제 상황에서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점검하는 데 이 책은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총책임자였던 벤 버냉키와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악의 금융위기에 맞섰던 생생한 그 현장의 이야기를 《위기의 징조들》에 담았다. 함께 금융위기를 해결하며 그 지침을 마련하는 데 바탕이 된 이론과 이를 실행한 과정에 관해 통합적이면서도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당시 금융위기를 바라보면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위기에 대응했는지 그 방법을 익혀서 다가올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반드시 위기는 다시 온다. 이 책을 통해 위기의 징조들을 찾아내 보자!
저자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 벤 버냉키
출판
이레미디어
출판일
2021.03.08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