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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학,수학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Survival of the Friendliest) -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by dwony26 2022.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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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생존이라는 말이 있다.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생물만 살아남는다는 의미이다. 흔히 찰스 다윈이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허버트 스펜서가 제시한 개념이라고 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적자라는 개념이 '신체적 적자'와 동의어가 되어서 약육강식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이용되어 왔다. 그러나 다윈은 '자상한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가장 번성하여 가장 많은 수의 후손을 남겼다'라고 적었으며, 그의 뒤를 이은 많은 생물학자도 진화라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이상적 방법은 협력을 꽃피울 수 있게 친화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사람 종은 수십여 종이 존재했으며 호모 사피엔스 역시 최소 4종 이상의 사람 종과 공존했다. 이들 사람 종 가운데 현재 살아남은 종은 호모 사피엔스가 유일하다.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것은 가장 뇌가 크거나 힘이 세서가 아니라 친화력 덕분이라고 한다. 우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누군가와 하나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생후 9개월쯤이면 손짓을 시작한다. 생후 9개월 전의 아기는 엄마가 손짓하면 그 손가락을 볼 가능성이 높지만 생후 9개월이 지나면 엄마의 손가락 끝에서 이어지는 가상의 선을 따라가기 시작할 것이다. 손짓은 심리학에서 '마음이론'이라고 부르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시작되는 관문이다. 침팬지도 남의 마음을 추측하는 능력이 어느 정도 있지만 사람의 손짓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는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개의 '가축화'에 비밀이 있다는 가설을 세우게 된다.

옛 소련의 드미트리 벨라예프는 동물이 가축화되는 과정을 지켜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한다. 여우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번식시켰는데 오로지 사람에 대한 반응만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그렇게 스무 세대가 지난 후에 친화력 좋은 여우들은 주둥이가 짧고 이빨이 작은 편이었으며 보통 여우보다 번식 주기도 더 짧았다. 그리고 가축화된 여우들의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은 강아지들보다 한 수 위였다. 그렇다면 과거 우리는 어떻게 개를 길들였을까? 저자는 사람이 개를 길들인 것이 아니라 친화력 높은 늑대들이 스스로 가축화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개와 다른 도시 동물들이 사람에게 더 끌리고 친화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스스로 가축화된 것이라면, 그 방정식에서 '사람'이라는 변수를 제거했을 때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즉 동물은 자연선택을 통해서도 자기가축화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보노보가 보여주고 있다. 보노보는 침팬지와 공통의 조상에게서 나왔지만 여러 중요한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저자는 가축화된 동물들에게서 일어났던 변화가 보노보에게 나타나며 보노보가 자기가축화한 동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도 자기가축화한 종일까? 우리 종 특유의 인지능력을 가축화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람의 기질과 마음이론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선택된 감정 반응이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과 더불어 포용력도 향상시켰을 수 있다는 뜻이며, 이는 곧 사람에게도 자기가축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자기가축화가 우리 종의 성공에 결정적 요인이었다면, 어째서 자기가축화된 다른 종들에게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일까?

저자는 이 문제의 해답을 얻기 위해 여러 동물들의 자제력 테스트를 진행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큰 무리를 이루어 사는 동물일수록 자제력이 강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저 연산능력이 더 좋은 큰 용량의 뇌를 지닌 동물들의 자제력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모 사피엔스와 공존했던 사람 종의 뇌 크기는 거의 비슷하였으나 우리 종만이 사회연결망의 급속한 확장을 경험했다는 차이가 있다. 즉 뇌의 용량과 자기가축화 이 두 가지가 우리 종의 성공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우리 종이 지닌 최고의 미덕과 강점을 잘 설명해준다. 하지만 부모의 행동에 중대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옥시토신은 엄마가 아기를 분만할 때 흘러넘치기도 하지만 누군가 자기 아기를 위협한다고 느낄 때 분노를 솟구치게 만들기도 한다. 자기가축화를 통해서 친화력이 강화된 우리 종에게도 새로운 형태의 공격성이 생겨난 것이다. 우리가 더 강렬하게 사랑하게 된 이들이 위협을 받을 때 사람은 더 큰 폭력성을 드러낼 수 있다. 모든 사람의 뇌에는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집단을 비인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유인원이나 원숭이에 비유하는 것은 흔한 비인간화 방식이다. 19세기 인류학자들은 유인원이 사람과 동물의 중간 단계였다면, 흑인은 백인과 유인원의 중간 단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으로 노예무역에 대한 반감과 상류층 지식인들의 도덕적 딜레마까지 한 번에 해소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인종 편견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더 교묘한 신종 편견으로 대체되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학자들은 집단 간 갈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접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종 간 접촉이 인종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불식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1960년대에 흑인 어린이와 같은 학교에서 공부한 백인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인종 간 결혼을 더 지지하고 흑인 친구들을 사귀고 흑인이 이사 오는 것을 더 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우리가 왜 접촉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었고 그것이 어떻게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지 설명해 준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김영하 북클럽 선정 도서'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한 김영하 작가님이 북클럽이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덕분에 알게 되었다. 우리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킬 때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사람과 개 뿐이라는 최재천 교수님의 추천사도 매우 흥미를 끌었다. 수많은 실험 결과와 지식을 공유하려다 보니 글이 길어져 가독성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진화에 대해, 그리고 인간성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늑대는 멸종 위기에 처했는데,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개는 어떻게 개체 수를 늘려나갈 수 있었을까? 사나운 침팬지보다 다정한 보노보가 더 성공적으로 번식할 수 있던 이유는? 신체적으로 우월한 네안데르탈인이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가 끝까지 생존한 까닭은? ‘21세기 다윈의 계승자’인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는 이에 대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답을 내놓는다. 이들은 ‘신체적으로 가장 강한 최적자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통념에 반기를 들며 최후의 생존자는 친화력이 좋은 다정한 자였다고 말하는 한편, 친화력의 이면에 있는 외집단을 향한 혐오와 비인간화 경향도 포착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해결책 또한 교류와 협력이 기반이 된 친화력이다. 우리 종은 더 많은 적을 정복했기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친구를 만듦으로써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저자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출판
디플롯
출판일
202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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