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이 책을 특별한 전문 용어나 수학도 쓰지 않고, 우주의 가장 매력적인 특징만을 뽑아 간단히 설명한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하나하나의 챕터가 길지 않은데 그렇다고 내용 자체가 얕지는 않다. 어려운 내용을 쓱 설명하고 지나가는 부분이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이 책이 지향하는 바대로 교양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다.
지구중심모형과 태양중심모형
고대 문명의 우주 모형은 지구중심모형이었다. 즉 태양이 지구 둘레를 공전한다는 것인데 행성의 역행 운동을 쉽게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행성들이 주전원이라는 작은 원을 그리면서 운동하며, 대원이라는 더 큰 원을 그리면서 지구 둘레를 돈다고 설명했다. 16세기 코페르니쿠스는 행성의 역행 운동을 설명하는 데 주전원과 대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내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태양중심모형을 주장했다. 튀코 브라헤는 두 모델의 절충 모형을 제시했는데 달과 태양은 지구 주위를 공전하고 다른 행성들은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것이었다. 튀코 브라헤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실제 모델이며 햄릿 전체가 지구중심모형과 태양중심모형 사이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라는 설도 있다.
뢰머와 빛의 속도
17세기 말 뢰머와 카시니는 빛이 우주 공간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빛의 속도를 초속 2억 2,000만 m로 계산했다. 오늘날 빛의 속도는 초속 2억 9,979만 2,458m로 알려져 있는데 뢰머와 카시니의 계산이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수치가 아니라 빛의 속도가 유한하고 빛이 이동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그전까지는 빛의 속도가 무한하고 빛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순간 이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훗날 아인슈타인은 뢰머의 빛에 관한 연구를 발전시켜 빛의 속도는 유한할 뿐 아니라 우주의 한계 속도라고 주장했다.
명왕성
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은 태양계의 행성이 9개라고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명왕성은 2006년 행성 지위를 박탈당해 현재는 왜행성으로 분류된다. 보통 모 행성을 중심으로 위성이 그 주위를 도는 것과 달리 명왕성은 가장 큰 위성인 카론과 서로 중간 지점에 있는 공통점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또한 명왕성의 공전 궤도는 해왕성의 공전 궤도와 교차하여 공전 주기인 248년 중 20년은 해왕성 공전 궤도 안쪽에 위치한다. 즉 공전 궤도 주변을 깨끗이 치워야 한다는 행성의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 것이다.
뒤틀리는 공간, 지연되는 시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질량이 있는 물체는 주변 공간의 구조를 뒤틀리게 한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뒤틀리는 것은 공간만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시공간이라 불리는 4차원 구조로 일체가 돼 함께 뒤틀린다고 주장했다. 시공간의 뒤틀림 정도에 따라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거운 물체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시간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 비해 더 천천히 흐를 것이다. 러시아의 우주 비행사 제나디 파달카는 우주에서 879일을 머물렀는데 지구에 머물렀던 사람보다 0.02초 더 젊다.
호킹 복사 이론
우주는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코 비어 있지 않다.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입자 쌍으로 변화시키고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과정이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에서 일어나서 하나가 블랙홀 내부에 남고 다른 하나는 외부에 있게 된다면 그 입자 쌍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입자들이 빠져나가면서 블랙홀은 서서히 에너지를 상실하고 빠져나가는 입자들이 호킹 복사를 구성한다. 블랙홀은 호킹 복사로 약간의 빛을 방출하고 있으므로 완전한 검은색이라 할 수 없다.
끈이론
현대 물리학의 두 축은 양자물리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이다. 하지만 문제는 두 이론이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물리학자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시간 차원 1개와 공간 차원 3개뿐 아니라 더 많은 차원이 있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가능성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 이론 중 하나가 끈이론인데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아주 작고 진동하는 끈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끈이론을 이용하면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을 수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으나 9차원의 공간이 있어야 성립한다. 물리학자들은 나머지 차원이 굉장히 작게 뭉쳐져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아직 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빅뱅이론
허블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는데, 우주의 팽창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모든 물질이 점점 서로 가까이 모이게 된다. 일반상대성이론을 그대로 따른다면 모든 공간과 시간은 결국 특이점에 집중된다. 단서들을 종합해보면 약 138억 년 전 극도로 뜨겁고 극도로 작은 점이 폭발하면서 시간과 공간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사건을 빅뱅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빅뱅이 일어난 우주의 중심은 어디일까? 폭탄 폭발과 빅뱅이 다른 점은 빅뱅으로 우주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우주의 아무 지점이나 선택한 다음 빅뱅이 일어날 때 그것이 어느 위치에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그 지점도 태초에 한 점에 모여 있던 물질의 일부였다가 폭발한 것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빅뱅이 모든 곳에서 한꺼번에 일어났다고 말한다.
'책 > 과학,수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Why Fish Don't Exist) - 룰루 밀러 (0) | 2022.03.20 |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Survival of the Friendliest) -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0) | 2022.02.02 |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 오후 (0) | 2020.12.12 |
인생에서 수학머리가 필요한 순간 - 임동규 (0) | 2020.12.12 |
숫자 없이 모든 문제가 풀리는 수학책 - 도마베치 히데토 (0) | 2020.12.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