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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저스티스맨 - 도선우

by dwony26 2020.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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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두 개의 탄흔을 남긴 채 7명의 사람이 살해당했다. 동일한 수법으로 미루어 연쇄살인사건이라고 짐작하지만 범인에 대한 어떠한 단서나 동기도 찾지 못한다.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있을 때, 인터넷 카페에 '저스티스맨' 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고 그를 믿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너무나 생생한 묘사에 저스티스맨이 범인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기 시작하였으나, 저스티스맨도 연쇄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되면서 그런 의혹은 사라졌다. 지금까지 불의를 처단하고 있었다고 믿었던 연쇄 살인범이 저스티스맨을 살해하자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지만, 이내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오고 저스티스맨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 간다.

 

초반에는 추리 소설의 기법을 차용하여 범인이 누군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범인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지 피해자는 왜 살해를 당했고 사람들이 그 살인사건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마녀사냥으로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준 가해자가 연쇄살인사건의 범행 대상이다. 그리고 그 사건을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터넷에 화제가 된 사건을 대했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어떤 사건이나 그 사건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너무 극단적이라는 것이다. 한 사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텐데 가장 끝에 있는 의견들만 모아놓고 사람들이 이렇게 반응했다는 부분은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인터넷 카페에서 댓글로 소통하는 내용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대화 내용이 다듬어지지도, 그렇다고 실제 대화처럼 생생하지도 않아서 읽으면서 거슬리는 부분이 많았다. '불꽃'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아직도 모르겠고. 다음 작품은 조금 더 좋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저스티스맨
제13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저스티스맨』. 2016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에 이어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한국문단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신예 작가 도선우. 한국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문제를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추리소설 기법으로 예리하게 짚어내고, 잘 짜인 스토리의 흡입력과 빼어난 속도감으로 풀어내며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동일한 방식으로 일곱 건의 살인이 일어난다. 피살자들은 모두 이마에 두 개의 탄알 구멍이 난 상태로 발견된다. 피살자들 간에는 어떠한 접점도 없고 살해 동기도 알 수 없다. 경찰의 수사는 속수무책이고 국민들의 공포와 불안은 극에 달한다. 더 이상 경찰을 신뢰할 수 없다며 누리꾼들이 나서고, 그들 중 저스티스맨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자가 등장해 온갖 자료와 논리를 동원해 살인의 인과관계를 밝혀나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소설은 중반 무렵까지 이 일곱 건의 연쇄살인에 얽힌 사연과 저스티스맨의 논평, 이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과 설전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긴박하게 전개된다.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피살자들이 연루된 사건들과 그들의 범죄적 행위는 인터넷 시대 폭력의 양상을 소름끼치도록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연쇄살인에 대한 치밀하고 논리적인 가설로 수십만의 회원을 거느린 저스티스맨이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페.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온갖 논쟁과 설전, 회장과 회원의 관계, 대세에 따른 여론의 변화 등은 이 소설의 가장 흥미로운 대목으로 인터넷 문화의 속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맹목적인 정의감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영웅시하고, 다수의 힘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의 씨를 말리고, 소수가 되면 언제든 태도를 바꿔 안전한 다수 속에 포함돼 목청을 높이려는 이들의 모습을 마치 한 편의 소동극을 보는 것처럼 신랄하면서도 위트 있게 그려낸다.
저자
도선우
출판
나무옆의자
출판일
201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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