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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고른 책으로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아무 정보가 없어서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다. 단편 소설 8편을 모아 놓은 책인데 첫 작품인 '된장이 된'을 읽자마자 기발한 상상력과 입체적인 인물에 빠져들게 되었다. 어느 하나 빠지는 작품 없이 모든 소설이 다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작가를 만난 기분이다.
이 소설의 특징은 하나같이 주인공들이 특별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대담'에서 스스로 밝혔듯 등장인물을 많이 두지 않아 주인공에게 집중을 할 수 있었다. '오두막' 을 보면 처음에는 흔한 연인들의 사랑 얘기로 보였지만 읽다보면 충격적인 사건을 겪게되고 그 속에서 주인공들의 행동과 심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잘 묘사하고 있다. 상황에 지배되는 것 같으면서도 담담하게.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의 주인공은 걱정이 많고 그에 비해 실수도 많이 하지만 결코 약하지 않고 용감하다. 읽는 내내 저자의 이미지와 겹쳐 보이는 느낌이 있었는데 '대담'을 보니 역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서 창조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인물이 잘 살아있어서 마치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었다. 책에서는 여행의 결말이 나지 않았지만 잘 살아남았으리라 믿고 있다. 소설 속의 저자도 현실의 저자도 잘 살아남아서 다음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이효석문학상, 한겨레문학상, 대산대학문학상 수상 작가인 윤고은의 세 번째 소설집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2014년부터 2016년까지의 작품을 묶은 이번 소설집에서 조금 더 두 발을 땅에 단단히 붙이고 서서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따스하고도 고유한 여덟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소설가 정소현과의 대담은 소설가 윤고은의 솔직 담백함과 사랑스러움을 확인하게 해주어 소설의 매력을 더한다. 윤고은은, 삶보다 더 큰 악몽을 달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너무도 바쁘게만 그리고 삶을 연장하기 위해서만 애쓰는 이들에게 ‘난 그쪽 세계의 생존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이 짊어진, 매일같이 싸고 푸를 삶이라는 생존배낭 안으로 소독제일 수도, 온기일 수도 있는 여덟 가지 이야기를 슬며시 밀어 넣는다. 생존에 있어선 아무 소용없어 보이는 이 소설들은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라는 싱크홀 속에 갇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우리에게 쿨함과 다정함으로 다가와 그 느닷없음이란 공포로부터 꺼내어준다. 그녀의 소설들을 통해 우리는 서로 등과 가슴을 맞대고 함께 걸어가는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목적지가 어디든, 최대한 자유로운 곳으로, 유머러스한 품격을 잃지 않은 채로.
- 저자
- 윤고은
- 출판
- 한겨레출판사
- 출판일
- 20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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