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배경으로 한 우정 소설이다. 주인공인 한스 슈바르츠는 같은 반으로 전학 온 콘라딘 폰 호엔펠스에게 이끌린다. 한스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는데 콘라딘과 친구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하는데, 콘라딘을 대하는 한스의 태도는 동성 친구 이상의 느낌이 난다. 물론 그런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고 우정을 강조하기 위해서 였을 수도 있긴 하다. 여기서 한스는 유대인 의사의 아들이고 콘라딘은 독일 귀족의 아들로 둘의 배경과 신분이 슬픈 결말을 암시한다.
그의 동작 하나하나 - 반짝반짝 윤을 낸 가방을 여는 방식이며, 희고 티끌 한 점 없는 깨끗한 손(짤막하고 투박하고 잉크 물이 든 내손과는 너무도 다른)으로 만년필과 화살촉처럼 날카로운 연필들을 늘어놓는 방식이며, 공책을 펼쳤다 덮었다 하는 방식 - 가 내 관심을 끌었고, 그 아이의 모든 것이 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되었고 한스는 콘라딘을 집으로 초대한다. 콘라딘을 아들의 친구로 대하는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귀족의 아들로 대했다. 친구 앞에서 구두 뒤축을 부딪히며 차렷 자세로 이야기하는 아버지를 보았을 때 16살인 한스가 받은 충격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전까지 콘라딘을 친구로 대하던 한스는 이 사건 이후로 둘 사이의 가까워지기 어려운 간격을 확인한다.
채 한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나는 내 무고한 친구를, (단지 그가 나타난 것만으로) 내 아버지의 모습을 만화에나 나올 법한 인물로 바꾸어 버린 친구를, 두 번째로 미워했다.
한스도 콘라딘의 집에 방문하는데 이상하게 갈 때마다 부모님이 부재중이었다. 결정적으로 오페라 극장에서 한스를 모른척 하는 콘라딘의 태도에 한스가 항의하지만 둘 사이의 간격만 재확인할 뿐이었다. 여름 방학 이후 나치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유대인에 대한 박해가 점점 심해졌다. 한스는 조국을 떠날 수 없다는 부모님과 히틀러를 지지한다는 콘라딘을 남겨 두고 미국으로 떠난다.
한스가 미국에 있는 동안 부모님은 가스를 틀고 자살하셨고, 동창생들도 400명 이상이 전사하거나 실종되었다. 한스는 인명부에서 마지막으로 콘라딘의 이름을 찾아보았다. <폰 호엘펠스, 콘라딘. 히틀러 암상 음모에 연루, 처형.>
책 앞쪽에 '충격과 감동의 마지막 한 문장' 이라는 소개글이 있어서 어떤 문장일지 예상하면서 읽었는데 생각보다 큰 울림이 있었다. 초반에는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읽기 힘들었는데 주변 인물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두 소년에 집중하며 읽었더니 술술 잘 읽혔다. 짧지만 깊이가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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