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와 삽화가 동화책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작가의 말에서 책을 내려고 쓴 글이 아니었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160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에 여백과 그림도 많았다.
벤치에 앉아 있는 노아의 발끝은 땅바닥에 닿지 않고 대롱거리지만, 아직은 생각을 이 세상 안에 가두지 않을 나이라 손은 우주에 닿는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하루하루 기억이 사라져가는 노인이 손자, 아들, 그리고 먼저 떠나간 부인과 머릿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다. 초반에는 비유와 상징이 많아서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어려웠는데 읽다 보니 노인의 상상 속에서 일어난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작인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았었는데 어느 정도 읽어야 '아 그 내용이었구나' 하고 파악이 가능하다. 이 책에서는 나중에 '여긴 내 머릿속이란다' 라고 설명해 주긴 하지만.
나는 계속 한 페이지가 없어진 책을 읽고 있는데 그게 항상 제일 중요한 부분이야.
노인의 주된 대화 상대는 손자인 노아이다. 아들인 테드는 중간에 한 번,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데 중간에 등장했을 때는 노인이 갑자기 '노아가 누구냐?' 라는 얘기를 한다. 그리고 나서 바로 다음 챕터에 다시 노아와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부분이 왜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다. 단지 노인의 정신세계가 차츰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려는 의도였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계속 꼬마였던 노아가 마지막에는 딸을 둔 어른으로 변하는데 이 부분도 조금 의아했다. 중간에 테드와 노아가 대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도 여전히 노아는 꼬마였기 때문이다. 이 대화가 노인의 머릿속에서 벌어진 내용으로 보이진 않았는데 말이다. 이 역시 노인의 정신세계가 많이 파괴되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설정이었다고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저를 잊어버릴까봐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저를 잊어버리면 저하고 다시 친해질 기회가 생기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건 꽤 재미있을 거예요. 제가 친하게 지내기에 제법 괜찮은 사람이거든요.
스토리가 조금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긴 했어도 전반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힘든 상황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억을 놓지 않으려는 노인과 그를 지켜주려는 가족의 노력은 슬프면서도 아름답다. 분량도 짧기 때문에 가볍게 힐링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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