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4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인데 1999년 발간된 '침묵의 집' 이라는 소설을 반 이하로 깎아낸 작품이라고 한다.16년간 3번이나 다듬어 온 소설인 만큼 작가에게는 의미가 깊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은 기업의 재무 담당 임원인 김진영과 시인 천예린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이다. 두 사람의 관계부터 행동까지 모든 것이 일반 상식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어쩌면 사랑보다는 파멸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것 같다.
소설은 처음과 중간, 끝부분에 잠깐 아들의 시선으로 진행되고 나머지는 아버지 김진영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던 어느 비 오는 날,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에서 노란 우의를 입고 걸어가는 천예린을 목격한다. 처음에는 그의 그림에 끌려, 이후에는 시에 끌려, 마지막으로 천예린에게 끌려 인생 자체가 끌려간다. 천예린은 김진영에게 돈을 빌려줄 것을 요구하고 김진영은 회사 자금에까지 손을 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천예린은 모든 짐을 싸서 외국으로 떠나고 김진영은 그녀를 잡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다.
김진영이 천예린을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장면이 나오는데 도착하는 곳마다 그곳의 배경이며 문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그리고 둘 사이의 감정 변화에 대한 묘사도 뛰어나다. 하지만 읽는 내내 불편한 기분이 들어서 몇 번이나 그만 읽고 싶은 것을 참고 겨우겨우 다 읽었다. 읽고 나서도 이해할 수 없는 누군가의 불쾌한 이야기를 엿본 것 같아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김영하의 작품 중에도 이런 느낌의 작품들이 있는데 그의 간결한 문체와 맺고 끊음이 불편함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 것 같다. 원고지 2600매의 원작은 도저히 읽을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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