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대넓얕의 채사장이 쓴 인문 에세이다. 채사장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인문학적 지식을 담고 있기에 인문 에세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채사장의 책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권만 읽어 보았는데 당시에는 채사장을 모르고 읽었던 거라 잘난 척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채사장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고 정말로 아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서점의 리뷰에 채사장의 팬만 읽으라면서 별 1개를 준 후기를 봤는데 나는 채사장의 팬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읽었다.
책에서 채사장은 인생에 영향을 준 10권의 책과 하나의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 맥락 없이 좋았던 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변증법의 개념을 도입하여 성장과 지혜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나의 지식과 그와 모순되는 지식을 모두 받아들여 새로운 하나의 지식으로 나아가자는 이야기이다. 책의 부제처럼 '불편한 책을 읽을 것' 이것이 바로 채사장이 주장하는 독서법이다. 책의 구성도 정반합이 반복되어 올라가는 계단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 나가야 한다.
이런 구성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책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지식을 다룬다. 그 지식도 비슷하지 않고 반대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읽기에 쉬운 부분도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읽다 보면 채사장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느껴질 만큼 평소 말투대로 책을 썼기 때문에 글을 읽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지는 않다. 중간에 책의 저자와 가상 대화를 나누는 부분도 있는데 지대넓얕 초기의 가상 사연과 맥락을 같이 하는 부분이 아닐까. 그리고 뒷부분에 채사장이 겪은 사고 내용이 나오는데 덤덤하게 적긴 했지만 그때의 감정들이 잘 느껴져서 인간 채사장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이 에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인문학적 지식의 깊이에 가끔씩 깜빡하게 되지만 인간 채사장의 이야기가 주라는 것을 생각하고 읽는 것이 좋다. 불편한 책을 읽으면 좋겠다는 것도 채사장의 방식이지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독서법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불편한 책을 읽어 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해주고 쉬운 책만 읽었던 지난날을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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