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이다. 예전에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을 몇 개 보면서 느꼈던 공통점이 있다. 엄청난 분량(이 책도 563페이지나 된다), 느린 전개(책의 3분의 2 지점까지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른다), 막판 스퍼트(마지막 3분의 1은 엄청난 속도로 전개된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어서 위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몇 번이나 그만두고 싶은 것을 참고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이 책에는 두 명의 주요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화자이기도 한 미국인 여자 샐리 굿차일드와 영국인 남자 토니 홉스. 보스턴 포스트와 크로니클 지의 기자인 두 사람은 취재를 위해 방문한 카이로에서 처음 만난다. 어느새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샐리는 토니의 아이를 임신한다. 둘은 런던에 정착하기로 하고 조촐한 결혼식을 올린다. 그렇게 런던에서의 새 출발을 준비하던 샐리에게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임신 중에도 가려움증을 겪으며 심리적으로 불안 증세를 보이던 샐리는 난산 이후 극심한 산후 우울증에 시달린다. 설상가상으로 토니는 육아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고 소설을 쓴다며 다락방에서만 지냈다. 결국 아이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샐리는 정신병원에까지 입원하게 된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기운을 되찾은 샐리는 퇴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증세도 점점 호전되고 있었다. 그런데 언니의 전 남편 장례를 치르기 위해 미국에 다녀온 샐리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
미국에 갔다 돌라온 샐리는 집에 도착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토니와 아들 잭의 짐만 쏙 사라진 것이다. 이윽고 알려진 소식은 토니가 잭의 거주권을 가지게 되었고 현재 덱스터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졸지에 아들을 빼앗긴 샐리는 중간 공판에서도 패하고 일주일에 한 시간만 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최종 공판에서도 패소한다면 잭의 양육권을 토니에게 뺏기게 되는 것이다.
샐리는 다행히 유능한 변호사들을 만나서 착실히 준비를 해 나간다. 판결을 역전시킬 한 방을 위해 토니의 옛 여자들까지 찾아 나선다. 마침내 최종 공판에서 샐리는 산후 우울증을 앓았지만 지금은 거의 완치되었다는 점, 토니와 덱스터가 아이를 빼앗기 위해 진실을 조작했다는 점을 인정받아서 마침내 잭을 되찾게 된다.
서두에도 적었지만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초중반부의 지루한 부분을 참아내야 한다. 지루한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자세한 산후 우울증의 증상을 보고 있으면 나도 우울해지는 것 같았다. 내가 왜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될 때쯤 토니의 비열함을 마주하게 되고 그 뒤부터는 열심히 샐리를 응원하며 읽게 된다. 남자 작가가 여성의 심리 묘사를 이 정도로 했다는 것이 놀랍고 한편으로는 샐리와 같은 일을 겪게 될까 봐 두렵기도 하다. 해피 엔딩을 좋아하는 편은 아는데 샐리만큼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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