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혼불문학상에서 만장일치로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일제 패망 직전의 만주국을 배경으로 한중일 세 남녀의 삶을 그리고 있다. 별로 흥미가 생기는 주제가 아니긴 했는데, 생각보다 전개가 빠르고 잘 읽혔다. 다만 마지막이 좀 찝찝하게 끝난 감이 있다.
이 소설에는 총 3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일본 관동군 사령관 모리(야마타 오토조)는 전쟁을 좋아하지 않고 요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중국인 요리사 첸은 비밀 자경단원으로 모리를 암살하기 위해 그의 요리사가 된다. 조선인 여인 길순 역시 모리를 암살하기 위해 접근한다. 그녀는 스스로의 의지보다는 오빠에 의해 역사에 내던져진 인물이다. 소설은 이 세 주인공의 1인칭 시점에서 번갈아 전개된다.
소설은 자연히 모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첸은 모리를 암살하기 위해 접근하여 그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한다. 마침내 기회를 잡은 첸은 일본군의 만찬 음식에 독을 섞지만 그를 죽이는 데 실패한다. 모리는 첸을 죽이지 않고 매일 자신을 만족시킬 요리를 만들 것을 명령한다. 한편 길순 역시 모리를 암살하고 그의 동선을 오빠에게 알리기 위해 접근한다. 모리의 마음을 얻은 길순은 극락사 외출에 동행하고 오빠에게 쪽지를 남기지만 그에 대한 답을 얻지는 못한다.
첸과 길순은 목숨을 걸고 접근했지만 정작 전쟁의 끝을 알린 것은 미국의 원자폭탄이었다. 이미 전세가 기운 일본군 기지를 해방군이 점령하고 갇혀있던 첸은 풀려난다. 점령 직전 도망친 모리는 극락사로 향하고 거기서 기다리고 있던 길순이 만든 독버섯이 든 청국장을 받아 마시면서 소설이 마무리된다.
첸은 독살을 시도하고 길순은 모리의 혀를 깨물어 자르지만 두 주인공의 활약이 미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길순의 오빠가 끝끝내 등장하지 않은 부분도 아쉬운 대목이다. 첸이 요리를 하고 모리가 품평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부분의 묘사는 뛰어나서 미식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소재 자체가 특이하고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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