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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학,수학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 마커스 드 사토이

by dwony26 2020.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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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어려운 이 책은 현대 과학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뒤를 이어 과학대중화 사업의 책임자인 시모니 석좌교수에 부임한 마커스 드 사토이가 쓴 책으로, 종이책 기준 약 600페이지의 어마어마한 분량을 자랑하고 있다. 내용도 어려운데 분량도 많아서 읽다 보면 정신이 아득해지기도 하지만, 앞에 했던 얘기가 착착 연결되는 순간 나도 모르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챕터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 놀라운 지식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최대한 많은 양을 기록했다. 가독성은 잠시 내려두자.

 

'알려진 지식(known knowns)'은 알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알려진 지식이고, '알려진 미지(known unknowns)'는 모른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식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지식, 즉 '알려지지 않은 미지(unknown unknowns)'도 존재한다. - Donald Rumsfeld

 

지식의 첫 번째 경계 : 카지노 주사위

저자의 연구실 책상 위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져온 붉은색 주사위가 하나 놓여 있다. 던져진 주사위의 눈금은 '우리가 결코 알아낼 수 없는' 지식의 상징이다. 주사위의 눈금에서 특정한 패턴을 최초로 감지한 사람은 16세기 초 이탈리아의 전문 도박사 지롤라모 카르다노였다. 카르다노는 죽기 전에 역사상 취초로 주사위에 대한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렇게 발전한 확률 이론은 다양한 시스템의 거동을 예측하는 막강한 도구로 자리 잡았지만, 바로 그다음에 나올 주사위 눈금을 알아맞힐 재간은 없다.

 

뉴턴의 미적분학과 운동방정식은 신비와 경이로 가득 찼던 우주를 '태엽을 감아놓은 역학적 시계'로 만들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만물의 이론이 완성되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는 뉴턴의 미래 예측에 훼방을 놓았는데, 태양계의 궤도를 연구하다 초기값이 조금만 달라져도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20세기 수학의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꼽히는 '혼돈(chaos)'의 개념이 탄생한 것이다. 이와 함께 주사위의 눈금은 더욱 알 수 없게 되었다.

 

지식의 두 번째 경계 : 첼로

저자는 중학교에 갓 입학했을 무렵, 음악실 창고에 트럼펫이 있다는 이유로 트럼펫을 배웠다. 저자는 트럼펫을 배운 것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지만, 다른 악기를 배워본다면 첼로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저자의 연구실 한편에는 첼로가 조용히 서 있다. 첼로의 매력 중 하나는 첼로 지판 위에서 손가락을 미끄러지듯 옮기면 그 사이에 해당하는 모든 음이 연속적으로 재현된다는 것이다. 첼로의 연속적인 글리산도와 트럼펫의 불연속적인 음계는 주사위의 움직임을 예측하려는 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주사위를 계속 반으로 쪼개나가면 어떤 상태에 도달하게 될까? 피타고라스의 제자 중 한 명인 히파수스가 무리수를 발견하였고, 이에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은 "모든 물질은 무한정 분해될 수 있다"라고 믿었다. 주기율표를 창안한 멘델레예프는 수학적 규칙에 따라 원소를 배열하였고, 기대했던 특성과 실제 원소의 특성이 일치하지 않으면 애써 끼워 넣지 않고 빈칸으로 남겨두었다. 1920년대 말 과학자들은 물질의 기본 단위를 모두 찾아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을 적절한 개수만큼 섞으면 주기율표에 등록된 모든 원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믿었다.

 

그 후 수십 년이 지나도록 전자는 무슨 수를 써도 더는 분해되지 않았지만, 양성자와 중성자는 세부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대칭'이라는 수학적 당위성 때문이었는데, 양성자와 중성자를 서술하는 수학 모형이 분해 가능한 개념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과학자들은 실제로 입자들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전하와 기묘도에 따라 나열하게 된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와 마찬가지로 패턴에 부합하지 않은 입자들의 자리를 비워 놓았고 그 자리는 나중에 발견된 입자들로 채워지게 된다.

 

그 후 몇 명의 물리학자들이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냈는데, 발견될 입자들을 규칙에 따라 배열해 보니 제일 꼭대기 층이 누락된 피라미드 형태가 된 것이다. 꼭대기에 간단한 삼각형이 놓이면 그림이 완성될 것이라 생각했고, 겔만은 쿼크 모형을 떠올린다. 이후 이 모형은 사실로 밝혀지고 입자의 최소 단위로 인정받게 된다. 하지만 전자와 쿼크가 하나의 점에 집중되어 있다 해도 점을 잡아 늘여서 두 개의 점으로 분리할 수도 있다. 또는 우리가 모르는 '숨은 차원'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1980년대 중반에 등장한 '끈 이론'의 주제이다. 끈 이론에 따르면 전자와 쿼크는 점이 아니라 특정한 진동수로 진동하는 가느다란 1차원 끈이며, 끈의 진동 패턴에 따라 다양한 입자로 나타난다. 한동안 트럼펫이 우세한 듯싶더니 이번에는 첼로가 뜨고 있다.

 

지식의 세 번째 경계 : 우라늄 한 덩어리

저자의 책상 위 카지노 주사위 옆에는 인터넷으로 주문한 우라늄 한 덩어리가 놓여 있다. 우라늄은 1분당 766회의 비율로 복사를 방출하지만, 하나의 입자가 정확하게 '언제'방출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주를 지배하는 것은 결정론이 아니라 '무작위성'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알아낼 수 없다. 이것이 그 유명한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이다.

 

양자 혁명은 과학자들이 빛의 속성을 이해하면서 시작되었다. 빛은 파동인가, 아니면 입자인가? 뉴턴은 빛을 입자로 묘사했다. 하지만 1800년대 초 영국의 물리학자 토머스 영은 '이중 슬릿 실험'을 통해 빛이 입자가 아니라 파동임을 증명했다. 슬릿 2개를 통과한 빛이 간섭무늬를 만드는 것은 입자가 아닌 파동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적의 해인 1905년,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논문으로 인해 다시 전세는 역전된다. 금속에 전자기 복사를 쪼였을 때 진동수가 어떤 하한 값에 도달하면 전자가 하나도 튀어나오지 않는 것이다. '광전 효과'로 알려진 이 현상으로 인해 빛은 다시 입자(광자)가 되었다. 결론은? 빛은 입자이기도 하면서 파동이기도 하다.

 

양자 물리학의 가장 희한한 특성 중 하나는 하나의 입자가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누군가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관측을 시도하면 입자의 위치가 하나로 결정되는데, 어느 곳에서 입자가 관측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각 위치에서 입자가 발견될 확률뿐이다. 지금 과학자들은 이 '무작위성'이 정보 부족에 기인한 현상이 아니라 자연의 본성이라고 믿고 있다. 완벽하게 같은 조건에서 동일한 실험을 반복해도 입자는 매번 다른 곳에서 발견된다.

 

토머스 영의 이중 슬릿 실험을 빛 대신 전자로 해보면 신기한 현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두 개의 슬릿이 뚫려 있는 스크린을 향해 전자총으로 전자를 하나씩 발사한다. 충분한 양의 전자를 발사한 후 감지판을 보면 토머스 영이 얻었던 간섭 무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분명히 전자를 한 번에 1개씩 발사했는데, 도대체 무슨 수로 간섭을 일으킨 것일까? 전자는 누군가에게 관측되지 않는 한 한 공간에서 하나의 점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지점에서 발견될 확률인 '파동 함수'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 글에 중요한 대목이 있다. '누군가에게 관측되지 않는 한'. 전자가 어떻게 간섭을 일으키는지 확인하기 위해 두 슬릿 중 하나에 감지기를 설치해보자. 그러면 감지판에는 간섭무늬 대신 두 개의 밝은 줄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관측이 전자의 상태에 영향을 준 것이다. 저자의 책상 위에 있는 우라늄에서 언제 알파 입자가 방출되는지 관측하면 우라늄은 절대 붕괴되지 않는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전자의 위치가 정확하게 결정될수록 운동량의 정확성은 떨어진다. 전자를 작은 상자 안에 가둬놓고 운동량을 측정한다면? 양자 터널 효과로 인해 전자가 상자 밖으로 탈출할 수도 있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알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할 수 없는 것'에 가깝고, 관측을 당했을 때 비로소 위치나 운동량을 가지게 된다. 관측 행위가 곧 창조 행위인 셈이다. 북아일랜드의 물리학자 존 벨은 '물리계는 관측자가 자신의 어떤 특성을 관측할지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론이나 실험 결과에 상충되지 않는 모든 특성을 물리계에 일일이 할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벨의 정리를 통해 이 현상을 설명했다.

 

양자 역학은 매우 인상적인 이론이지만 나는 그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험 결과를 아무리 잘 설명한다 해도 신의 비밀에 다가가기에는 역부족이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신이 주사위 게임을 즐기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 아인슈타인

 

지식의 네 번째 경계 - 잘라낸 우주

저자는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별 사진들을 이어 붙여 천구 모형을 만들었다. 이 천구 모형은 우라늄 덩어리 옆에 놓여 있다. 사실 별들은 계속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이 천구 모형은 '스냅샷'에 해당한다. 10만 년 전의 북두칠성과 현재의 북두칠성, 10만 년 후의 북두칠성은 완전히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과거에 인류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면서 지구가 유한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17세기 과학자들은 항해를 대신해 줄 기적의 도구를 만들었다. 바로 망원경이다.

 

갈릴레오는 자신이 만든 망원경으로 태양의 흑점이 시간에 따라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흑점이 움직인다는 것은 태양이 자전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것은 훗날 코페르니쿠스의 태양계 모형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게 된다. 천체 망원경은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논쟁을 종식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빛은 '즉각적으로'전달되는가? 아니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데 특정한 시간이 소요되는가? 1676년 덴마크의 천문학자 올레 뢰머는 목성의 달을 이용하여 역사상 최초로 빛의 속도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빛의 속도는 대량 3억 m/s이며, 우리가 보는 태양은 8분 20초 전의 모습이다.

 

우주 공간이 유한할까 무한할까? 우주가 유한하다는 것을 알려면 마젤란처럼 누군가 우주를 한 바퀴 돌아와야 한다. 우주에는 수십억 년 동안 공간을 가로질러온 여행자가 있는데 바로 광자다. 45억 년 전에 태양에서 방출된 광자가 망원경에 도달한다면 우주가 유한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하늘의 반대편을 관측하여 비슷한 풍경이 발견되면 빛이 우주를 한 바퀴 돌아 망원경에 도달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폴란드, 미국의 천문학자들은 우주 초기에 방출된 빛을 관측해서 우주가 12개의 정오각형으로 이루어진 정십이면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에드윈 허블은 1929년에 은하에서 방출된 빛을 분석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모든 방향으로부터 도달한 빛에서 한결같이 적색 편이가 관측된 것이다. 우주의 모든 천체가 지구로부터 도망가고 있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허블은 우주가 모든 방향으로 팽창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허블의 우주 팽창론은 빅뱅 이론의 기초가 되었는데 '팽창하는 우주'의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면 '수축하는 우주'가 되기 때문이다.

 

'빅뱅의 메아리'로 알려진 우주 배경 복사는 우주 전역에 걸쳐 거의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다. 관측 가능한 우주만 해도 180억 광년에 달하는데, 이 넓은 지역에 분포된 복사 에너지가 어떻게 균일할 수 있을까? 우주 반대편에 있는 두 점이 우주 초기에 지금보다 가까웠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기존의 이론에서 이야기하던 거리보다 훨씬 가까워서 정보 교환이 이루어졌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우주가 막 탄생한 시점에는 팽창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아서 이 시기에 정보를 교환하여 온도가 같아졌고, 그 후 짧은 시간 동안 공간이 엄청난 속도로 팽창했다. 이 사건을 '인플레이션'이라 한다.

 

인플레이션은 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공간의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양자 요동으로 여러 개의 우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중 우주 이론에 의하면 하나뿐인 우주에 적절한 우주 상수가 기적적으로 할당된 것이 아니라, 여러 우주에 다양한 우주 상수가 무작위로 할당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의 우주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적절한 상수값이 할당된 일부 우주에서 원자가 형성되었고, 그들 중 일부에서 생명체가 탄생했다.

 

지식의 다섯 번째 경계 - 손목시계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간도 공간처럼 끝이 있을까, 아니면 시간은 무한히 계속 되는 것인가? 현재 통용되는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에는 시간이 있었다. 팽창하는 우주를 거꾸로 추적하여 138억 년 전으로 되돌아가면 온도와 밀도가 무한대인 특이점, 즉 빅뱅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빅뱅 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그곳은 과학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일까? 아니면 현재의 우주에서 빅뱅 이전의 상태를 알려주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뉴턴은 시간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명저 '프린키피아'에서 "수학적 시간은 절대적인 양으로, 외부의 어떤 것에도 영향받지 않고 일정한 빠르기로 흐른다"라고 적었다. 1887년 미국의 물리학자 앨버트 마이클슨과 에드워드 몰리는 진공 중에서 빛의 속도가 관측자의 운동 상태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하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훗날 아인슈타인은 이 실험에 기초하여 특수 상대성 이론을 완성하게 된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시간은 절대적인 양이 아니었다.

 

2개의 거울 사이를 왕복하는 광자가 있다. 하나는 지구에, 하나는 움직이는 우주선 위에 있다. 피타고라스 정리에 의해 움직이는 우주선에 있는 광자는 지구에 있는 광자보다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한다. 하지만 광자의 속도는 일정하므로, 시간이 달라져야 한다. 두 물리계가 서로에 대하여 등속 운동을 하는 경우 상대방의 시계(시간)는 내 시계보다 느리게 간다. 이처럼 시간이란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것보다 훨씬 미묘하면서도 모호한 개념이다.

 

그렇다면 빠르게 움직여서 수명을 늘일 수 있을까?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은 느리게 가겠지만 시간만 느려지는 게 아니라 모든 물리적, 생물학적 과정도 함께 느려진다는 것이다.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 안에서 아무런 속도감도 느끼지 못한 채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살 것이다. 나의 관점에서 보면 움직이는 것은 나를 태운 우주선이 아니라 '우주선을 제외한 모든 우주'이다.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고 2년 뒤, 민코프스키는 새로운 기하학 체계를 발표했다. 민코프스키에 의하면 시간과 공간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공간으로 취급해야 한다. 즉 A의 관점에서 동시에 일어난 사건도 시간축이 다른 B의 관점에서는 인과율로 연결된 사건이 아니라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극단적으로 A의 관점에서 일어난 일의 순서와 B의 관점에서 일어난 일의 순서가 다를 수 있다. 시공간의 개념을 받아들이려면 우주에 대한 우리의 직관을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질량은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까지 변형시킨다. 그런데 질량은 중력의 근원이므로 "중력은 시공간을 왜곡시킨다"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시공간을 2차원 평면으로 간주하면 트램펄린 위에 볼링공을 얹어놓았을 때 트램펄린이 아래로 움푹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공(질량)이 놓은 자리는 우물처럼 파이기 때문에 주변 물체들이 그쪽으로 끌려가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에 따르면 질량이 있는 곳에서 공간이 휘어지고, 질량이 엄청나게 커서 휘어진 정도가 심하면 빛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가둬놓을 수 있다. 이 영역이 바로 '블랙홀'이다. 중력의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그러므로 붕괴된 별의 중심에서 멀어지다 보면 중력이 서서히 약해지다가, 빛이 탈출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해지는 지점에 도달할 것이다. 이 지점을 '귀환 불가능 지점'이라 한다. 이 경계면의 바깥에서는 빛이 탈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경계면 안에 있는 빛이나 물체는 무슨 수를 써도 탈출이 불가능하다. 귀환 불가능 지점으로 이루어진 구면을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이라 한다. 이곳을 기점으로 외부에 있는 관측자는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진공 중에서는 양자 요동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양(+)의 에너지를 가진 입자와 음(-)의 에너지를 가진 반입자가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식이다. 아무것도 없던 우주에서 무언가가 창조되어 지금에 이른 것도 바로 이 양자 요동 덕분이었다. 그런데 이 입자 쌍 중 에너지가 양(+)인 입자가 사건 지평선 바깥에 남고 에너지가 음(-)인 반입자가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 안으로 빨려 들어간 입자는 에너지가 음(-)이므로 블랙홀의 질량을 감소시키고, 밖에 남은 입자는 블랙홀에서 방출된 복사처럼 보인다. 이 현상을 호킹 복사라고 하는데 이 이론이 옳다면 블랙홀은 오랜 시간 동안 질량이 서서히 줄어들다가 결국 사라지게 된다.

 

지식의 여섯 번째 경계 - 챗봇 앱

뇌 과학과 의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동안 양자 세계도 다녀오고 우주와 블랙홀에도 다녀왔지만, 정작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다. 인공지능이 점차 발전하여 인간과 구분이 불가능한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 최근의 실험 결과를 보면 fMRI 스캐너로 뇌 활동을 분석하면 인간이 어떤 결정을 내리기 6초 전에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유럽연합에서는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서 시뮬레이션하는 인간 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앞으로 10년 안에 슈퍼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는 뇌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난다 해도 시뮬레이션을 의식과 동일시할 수 있을까? 물론 완벽한 시뮬레이션을 구현한 컴퓨터는 자신에게 의식이 있고, 내면세계가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지식의 일곱 번째 경계 - 크리스마스 폭죽

마지막 챕터는 저자의 전공인 수학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구 하나를 갈아 끼우기 위해 0.999999...명의 수학자가 필요하다는 농담으로 시작하는 이번 챕터는 수학에 대한 저자의 사랑을 엿볼 수 있다. 과학이 모호한 지식이라면 수학은 '확실한 지식'이다. 한 번 참으로 증명된 수학 정리는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여전히 참으로 남는데, 수학적 지식은 '증명'이라는 잔인할 정도로 엄격한 과정을 통해 탄생하기 때문이다.

 

증명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일 것이다. 페르마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책의 여백에 "나는 경이로운 방법으로 이 정리를 증명했으나, 책의 여백이 너무 좁아서 여기 적을 수가 없다"라고 적어놓았다. 그 후로 근 350년 동안 수학 최대의 난제로 군림해오다가, 옥스퍼드대학교의 수학자 앤드류 와일즈가 100페이지가 넘는 내용으로 기어이 증명해냈다.

 

물리계 전체를 이해하려면 계의 바깥에서 바라봐야 한다. 혼돈 이론에 따르면 변방에서 일어난 국소적 변화가 혼돈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계의 일부를 따로 떼어내서 고립된 계로 간주하면 올바른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우주가 양자적 파동 함수로 서술된다면 이것을 우주 바깥에서 관측해야 한다. 우리가 우주의 일부로 존재하는 한 우주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식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는 자신의 의식 세계에 갇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의식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알 수 없는 것'을 탐구하기 위한 초석이다. 맥스웰은 "모든 과학의 발전은 완전한 무지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스티븐 호킹은 "지식의 최대 적은 무지가 아니라 자신이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환상"이라고 했다.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양장본 HardCover)
우주와 자연의 미지를 개척한 과학자들의 생각과 발견을 조사하고,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지식에는 과연 한계가 없는지 탐구하는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리처드 도킨스를 이어 옥스퍼드 대학의 과학 대중화 사업을 이끌고 있는 책임자 마르쿠스 뒤 소토이는 이 책에서 답하기 힘든 현대과학의 경계를 7장에 걸쳐 유쾌하면서도 명확하게 풀어낸다. 책상 위에 놓인 주사위로부터 시작해, 혼돈, 물질과 우주, 공간, 시간, 무한대, 의식에 이르는 미지의 여정을 따라가게 하는 이 책에는 양자물리학과 우주론, 지각과 인식, 신경과학 등 첨단과학의 경계를 탐험하면서 현재 상황에 대한 저자의 의견과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저자는 현재 알려진 과학적 지식의 한계점까지 나아가 답을 알 수 없는 질문과 그로부터 파생된 온갖 다양한 모순을 파헤친다. 세계는 예측가능한가, 우주는 무한한가, 빅뱅 이전의 시간을 알 수 있는가, 물질을 이루는 궁극의 구성성분은 무엇인가, 양자세계의 한계는 무엇인가 등 물리적 우주에서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지식에는 한계가 없는지, 현대과학의 극단지점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저자
마르쿠스 듀 소토이
출판
반니
출판일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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