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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세이

숨결이 바람 될 때 - 폴 칼라니티

by dwony26 2020.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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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이라는 표지를 보고는 책을 펼칠 마음이 들지 않았었다. 아닌 척 해도 처지고 슬픈 이야기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빨간책방 리스트에 있는 것을 보고서 다시 책을 집어들었다. 결론은 역시 이동진 평론가의 선택은 옳았다.

 

1부에서는 의사인 저자의 모습이 쓰여 있다.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의사가 되어서 연구하고 고민하는 과정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 글만 보아도 저자가 실력은 물론이고 환자를 대하는 태도 역시 훌륭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신경외과 의사로서의 고충과 고민 또한 잘 느낄 수 있다. 빨간책방에서도 소개되었던 아래의 에피소드는 의사라는 직업 윤리와 인간의 본능 사이에서 오는 고민을 잘 느낄 수 있다.

 

몇 주 동안 쪽잠을 자며 야간 근무를 한 뒤, 마리는 휘플 수술의 보조를 맡게 되었다. 보통 이 수술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길게는 아홉 시간 동안 똑바로 서 있어야 한다. 외과의는 항상 암의 전이를 확인하기 위해 작은 구멍을 낸 뒤 소형 카메라를 삽입하는 것으로 수술을 시작한다. 암이 광범위하게 전이되었다면 수술은 무용지물이므로 당연히 취소된다. 복도에 서서 닥쳐올 아홉 시간을 기다리던 마리는 내심 이런 생각을 했다. '너무 피곤해. 하느님 제발, 전이가 있게 해주세요.' 실제로 전이가 확인되어 환자의 절개 구멍은 봉합되고 수술이 취소되었다.

 

2부에서는 환자로서의 저자의 모습이 쓰여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와 전에 없었던 요통에 유능한 의사였던 저자는 암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초기에는 복직하여 수술을 하기도 했지만 점점 체력의 한계를 느끼게 되면서 치료와 함께 서서히 삶을 정리하는 방향을 선택한다. 얼마 전까지 의사로 일하던 곳에 환자로 입원하게 되면서 자신의 역할에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가 치료 계획을 함께 짜는 것도 정말 좋아요. 당신은 의사라서 병에 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이건 당신 인생이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내게 의사 역할을 맡긴다면, 나는 그것 역시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마지막 에필로그는 저자의 아내인 루시 칼리니티가 썼다. 폴의 마지막 모습을 담담하지만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폴의 글이 자신의 병에 대해서가 아니라 병에 걸린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을 주로 서술했다면 루시의 글은 폴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내가 당신 가슴에 머리를 대고 있어도 숨쉴 수 있어?
이게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숨결이 바람 될 때
서른여섯, 전문의를 앞둔 신경외과 레지던트 마지막 해. 하루 열네 시간씩 이어지는 혹독한 수련 생활 끝에 원하는 삶이 손에 잡힐 것 같던 바로 그때 맞닥뜨린 폐암 4기 판정.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신경외과 의사로서 치명적인 뇌 손상 환자들을 치료하며 죽음과 싸우던 저자가 자신도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죽음을 마주하게 된 마지막 2년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2014년 1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여기서 그는 죽음을 선고받았지만 정확히 언제 죽을지는 모르는 불치병 환자의 딜레마를 절실히 표현했다. 죽음을 향해 육체가 무너져 가는 순간에도 미래를 빼앗기지 않을 확실한 희망을 잃지 않았던 그는 이 책에 죽어가는 대신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 고뇌와 결단, 삶과 죽음, 의미에 대한 성찰, 숨이 다한 후에도 지속되는 사랑과 가치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저자
폴 칼라니티
출판
흐름출판
출판일
201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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