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누군가를 사랑할 때 일어나는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이야기는 한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데 소설가가 빈 공간을 어떻게 채우는지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보다는 화자의 서술 위주로 되어있고 의도적으로 문장의 호흡도 길게 해 놓아서 쉽게 읽히는 편은 아니지만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형배는 직장 동료의 결혼식에서 우연히 예전에 자신을 좋아했던, 그러나 자신이 거절했던 선희를 만나게 된 후 사랑에 빠지게 된다. 파스타를 핑계로 선희를 불러낸 형배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데, 마침 그때 선희가 만나고 있던 영석에게 전화가 오고 세 명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그 자리에서 선희를 쏘아붙이는 영석을 보고 형배는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고 영석을 찾아가 한 마디를 하는데 그 일을 계기로 선희의 마음은 다시 영석에게도 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중간에 바람둥이 친구 준호의 이야기를 끌어들여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만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사랑의 모습은 연민이다. 약하기 때문에 더 끌리는 사랑, 선희의 사랑이 그렇고 형배의 어머니의 사랑이 그렇다. 요즘 세대와는 좀 맞지 않는 내용인 것도 같지만 그런 사랑의 모습도 충분히 있을 수 있기에 그러려니 했다. 아래 내용은 소설에 등장하는 사랑에 대한 많은 정의 중 한 부분이다. 결코 정의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사랑이지 않을까.
사랑의 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 사랑하느라 바쁜 사람은 사랑이 무엇인지, 그것의 근거나 방식이 어떠한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살지 않는 자가 삶이 무엇인지 묻는다. 참으로 사랑하지 않는 자가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삶을 하고' 사랑을 하는 것이다. 정의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그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어떻게 해도 정의되지 않는 것이 신이고 삶이고 사랑이기 때문이다.
반응형
'책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하인드 도어 - B.A.패리스 (0) | 2020.12.04 |
---|---|
앨리스 죽이기 - 코바야시 야스미 (0) | 2020.12.04 |
아몬드 - 손원평 (0) | 2020.11.30 |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 김이설 (0) | 2020.11.19 |
칼과 혀 - 권정현 (0) | 2020.11.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