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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사랑의 생애 - 이승우

by dwony26 2020.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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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할 때 일어나는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이야기는 한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데 소설가가 빈 공간을 어떻게 채우는지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보다는 화자의 서술 위주로 되어있고 의도적으로 문장의 호흡도 길게 해 놓아서 쉽게 읽히는 편은 아니지만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형배는 직장 동료의 결혼식에서 우연히 예전에 자신을 좋아했던, 그러나 자신이 거절했던 선희를 만나게 된 후 사랑에 빠지게 된다. 파스타를 핑계로 선희를 불러낸 형배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데, 마침 그때 선희가 만나고 있던 영석에게 전화가 오고 세 명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그 자리에서 선희를 쏘아붙이는 영석을 보고 형배는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고 영석을 찾아가 한 마디를 하는데 그 일을 계기로 선희의 마음은 다시 영석에게도 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중간에 바람둥이 친구 준호의 이야기를 끌어들여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만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사랑의 모습은 연민이다. 약하기 때문에 더 끌리는 사랑, 선희의 사랑이 그렇고 형배의 어머니의 사랑이 그렇다. 요즘 세대와는 좀 맞지 않는 내용인 것도 같지만 그런 사랑의 모습도 충분히 있을 수 있기에 그러려니 했다. 아래 내용은 소설에 등장하는 사랑에 대한 많은 정의 중 한 부분이다. 결코 정의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사랑이지 않을까.

 

사랑의 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 사랑하느라 바쁜 사람은 사랑이 무엇인지, 그것의 근거나 방식이 어떠한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살지 않는 자가 삶이 무엇인지 묻는다. 참으로 사랑하지 않는 자가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삶을 하고' 사랑을 하는 것이다. 정의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그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어떻게 해도 정의되지 않는 것이 신이고 삶이고 사랑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생애
사랑했거나, 사랑하고 있거나, 사랑할 모든 연인을 위해 이승우 작가가 5년 만에 펴낸 신작 장편소설 『사랑의 생애』.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주일 뿐이고, 사랑이 그 안에서 제 목숨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담은 제목의 이 소설은 사랑에 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묘하고 당황스러운 현상들을 탐사하며 그것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듯 써내려간 작품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사랑을 시작하고 엇갈리고 끝내고 다시 시작하는, 어쩌면 더없이 평범해 보이는 과정을 통해 사랑의 근원과 속성, 그리고 그 위대한 위력을 성찰한다. 먼저 사랑한다고 고백해올 때는 거절했던 대학 후배 선희가 이 년 십 개월 만에 뒤늦게 사랑이었다는 걸 깨닫는 형배. 형배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감정 정리까지 끝냈는데 이제 와서 제멋대로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형배가 당황스럽기만 한 선희. 공적인 관계였을 뿐인데 우연히 형배 대역으로 선희의 등단 축하 자리에 동석해주고 선희의 주문에 따라 “사랑해요, 나도”라고 말했다가 정말로 선희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영석. 이들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저자는 이 모든 일이 전부 사랑이 시킨 짓이라고 이야기한다. 평범한 세 남녀가 얽히고설키는 연애사이기도 하지만, 저자는 이것을 사랑의 한 생애로 그려낸다. 이 작품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그들을 사랑하게 하는 사랑 자체인 것이다. 저자는 사랑의 선택적인, 그러나 무작위적인 개입으로 사랑하게 된 연인의 비논리적인 감정과 심리를 치밀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사랑하기 전과 후가 그토록 달라질 수밖에 없는지 증명한다. 그리고 사람이 도저히 사랑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일깨운다.
저자
이승우
출판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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