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소설

김 박사는 누구인가? - 이기호

by dwony26 2020. 12. 11.
반응형


이 책은 '이야기꾼' 이기호 작가의 소설집으로 8개의 단편과 1편 분량과 맞먹는 해설로 이루어져 있다. 첫 단편 '행정동'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뭔지 모르지만 흥미롭다 였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이해는 되면서도 예상과는 다르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특별한 반전이 없이도 뒤에 무슨 내용이 이어질지 예상이 어려운 느낌이었다. 역시 이야기꾼 답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로웠던 작품은 표제작 '김 박사는 누구인가?'였다. 이 작품은 임용고시 재수생인 최소연과 김박사의 상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소연은 임용고시 탈락 후 일종의 환청 증상에 시달렸는데 주변에 상담할 사람이 없어 김박사에게 조언을 구한 것이다. 김박사는 최소연에게 여러 치유법을 권해주고, 최소연은 점점 김박사의 상담에 매달리게 된다. 하지만 김박사의 조언을 따른 최소연의 주변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김박사의 조언 또한 점점 성의 없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Q&A, 김박사의 답변은 비어 있고 독자에게 빈칸을 채워달라고 한다. 그리고 다시 최소연의 Q, 소름이 쫙 돋았다.

이 소설집은 전체적으로 비어 있다. '김 박사는 누구인가?'에서는 극단적으로 내용 자체를 비워 놨지만, 다른 작품들도 비어있긴 마찬가지다. 그 여백을 채우는 건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둔 것 같다. 비어있는 부분은 각자의 이야기로 채우면 될 것 같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야기 속에 한 가지씩 여백을 두고, 그 여백을 채우려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법인데, 그게 이 세상 모든 이야기들이 태어나는 자리인데, 그때의 나는 그것을 미처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 박사는 누구인가
우리 시대의 재담꾼 이기호의 소설집 『김 박사는 누구인가?』. 제11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을 비롯한 여덟 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작가는 기억과 기억 사이의 공백을 이야기로 보수해가면서 삶과 이야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을 규명하는 데 주력한다. 또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색조를 유지하면서도 서사와 문장의 열기를 유연하게 다스리고 있다. 대학 본부의 임시직 남녀, 우직한 노총각 삼촌, 임용고시 준비생, 각막이식을 받을 전도사, 제자를 구명하려는 교수, 개명을 신청한 어머니와 그 아들, 현대판 노예, 제대한 백수 등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정쩡한 삶 속에서 허둥거리다 넘어지고 만다. 표제작 《김 박사는 누구인가?》는 교원임용고시에 실패하고 쓸모없는 인간이 되는 것 같아 두려운 화자가 김 박사라는 인물과 상담을 주고받으며 전개되는데, 마지막에 김 박사가 누구인지 빈칸을 채워보라는 여백을 제시하는 독특한 형식이 돋보인다.
저자
이기호
출판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13.04.15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