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 책은 '이야기꾼' 이기호 작가의 소설집으로 8개의 단편과 1편 분량과 맞먹는 해설로 이루어져 있다. 첫 단편 '행정동'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뭔지 모르지만 흥미롭다 였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이해는 되면서도 예상과는 다르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특별한 반전이 없이도 뒤에 무슨 내용이 이어질지 예상이 어려운 느낌이었다. 역시 이야기꾼 답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로웠던 작품은 표제작 '김 박사는 누구인가?'였다. 이 작품은 임용고시 재수생인 최소연과 김박사의 상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소연은 임용고시 탈락 후 일종의 환청 증상에 시달렸는데 주변에 상담할 사람이 없어 김박사에게 조언을 구한 것이다. 김박사는 최소연에게 여러 치유법을 권해주고, 최소연은 점점 김박사의 상담에 매달리게 된다. 하지만 김박사의 조언을 따른 최소연의 주변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김박사의 조언 또한 점점 성의 없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Q&A, 김박사의 답변은 비어 있고 독자에게 빈칸을 채워달라고 한다. 그리고 다시 최소연의 Q, 소름이 쫙 돋았다.
이 소설집은 전체적으로 비어 있다. '김 박사는 누구인가?'에서는 극단적으로 내용 자체를 비워 놨지만, 다른 작품들도 비어있긴 마찬가지다. 그 여백을 채우는 건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둔 것 같다. 비어있는 부분은 각자의 이야기로 채우면 될 것 같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야기 속에 한 가지씩 여백을 두고, 그 여백을 채우려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법인데, 그게 이 세상 모든 이야기들이 태어나는 자리인데, 그때의 나는 그것을 미처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응형
'책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의 주인 (Lord Of The World) - 로버트 휴 벤슨 (0) | 2020.12.12 |
---|---|
수박 - 이은조 (0) | 2020.12.12 |
나오미와 가나코 - 오쿠다 히데오 (0) | 2020.12.11 |
콘클라베 - 로버트 해리스 (0) | 2020.12.11 |
눈보라 체이스 - 히가시노 게이고 (0) | 2020.12.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