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두 번이나 추천한 이 책의 배경은 21세기 초이지만 미래소설, SF 소설로 분류된다. 그 이유는 이 책이 1907년에 나온 책이기 때문이다. 벤슨이 이 책을 쓴 당시에는 무신론, 마르크시즘, 세계 정부, 우생학이 인류를 유토피아로 이끌 것이라는 믿음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로마 가톨릭 신부이자 당대 최고의 지식인 중 한 명이었던 벤슨은 최초의 디스토피아 소설을 발표하게 된다.
이 책의 세계에서 수많은 나라는 3개의 세력으로 재편되어 있는 상황이다. 아메리카 공화국, 유럽 연합, 동방 제국이 그것인데, 유럽 연합은 동방 제국의 침공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종교적으로는 개신교가 완전히 몰락했고,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다시 가톨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가톨릭 역시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세력은 계속 약화되었고, 다른 지역의 교회와 성당을 내주는 대가로 교황은 로마에 대한 지배권을 인정받고 있었다.
크로이던의 초선 의원 올리버 브랜드는 가톨릭에 부정적인 인물이다. 그의 아내 메이블 역시 남편의 관점에 동의하면서도 의문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부부에게는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는데, 어린 시절 가톨릭교 신자로 자란 어머니가 다시 가톨릭을 믿으려 한다는 것이었다. 올리버의 어머니는 자신이 위독하다는 것을 알고 신부를 찾게 되고, 퍼시 프랭클린 신부를 집으로 부르게 된다. 올리버의 집에서 퍼시 프랭클린 신부는 올리버 브랜드와 마주치게 되는데, 그 사이 줄리언 펠센버그에 의해 세계에 평화가 찾아온다.
아메리카와 동방을 대표하여 유럽과의 평화 협정을 이끌어낸 줄리언 펠센버그는 유럽 대통령이 되었다. 펠센버그가 유럽 대통령이 되자 의례가 부활되었다. 새로운 종교가 탄생한 것이다. 의례 부활 후 가톨릭에 대한 박해는 더욱 심해졌고, 가톨릭 신자들은 사원의 폭파를 계획한다. 이 음모를 사전에 파악한 정부 위원회는 로마를 폭파하기로 결정한다. 위원회 의원인 올리버는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지만, 메이블은 그가 점점 정부 사람이 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로마 폭격 이후, 전임 교황은 사망하고 퍼시 프랭클린 신부가 새 교황이 되었다. 신임 교황 실베스테르 3세는 나자렛에 숨어 새로운 추기경단 구성에 나선다. 펠센버그는 가톨릭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했고, 올리버 역시 그 법안에 승인한다. 세계와 올리버가 점점 이상하게 변한다고 느낀 메이블은 안락사를 선택한다. 그리고 교황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아낸 펠센버그는 또다시 교황을 향해 폭격을 감행한다.
교황의 추천, 그리고 제목만 봤을 때는 가톨릭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벤슨은 반대로 가톨릭을 멸망시킴으로서 세계화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아시아를 동방 제국이라는 이름으로 퉁치면서 신비롭고 위험하게 묘사하는, 전형적인 서양인의 관점이 거슬리기도 하지만 100년 전의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100년 전에 상상했던 모습과 실제의 모습을 비교하는 SF 적인 재미도 있고, 여러 생각할 거리도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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