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표지, 소개 문구까지 읽어보지 않아도 너무 따뜻한 이야기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는 책이다. 나미야 잡화점 느낌도 나고 너무 전형적일 것 같아 외면하다가 베스트셀러는 이유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청파동에 있는 작은 편의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다양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고 고민이 해결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제목인 불편한 편의점은 소제목이기도 하고 등장인물 중 하나인 작가가 이 편의점을 배경으로 쓰는 작품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염영숙 여사가 서울역에서 파우치를 잃어버리며 시작된다. 그 파우치를 한 노숙자가 찾아주는데 자신의 이름도, 과거도 기억하지 못하고 그냥 독고라고 불러달라 한다. 염 여사는 사례비를 받으려 하지 않는 독고를 청파동에 있는 자신의 편의점으로 데려와서 배고플 때 언제든지 와서 도시락을 먹고 가라고 한다. 그날 이후 매일같이 편의점을 찾아오던 독고는 불량 학생들로부터 염 여사를 구해주고, 염 여사는 비어 있던 야간 알바 자리를 제안한다.
이제부터 이야기는 독고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 한 명 한 명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자기중심적이고 화가 많던 사람들이 순수한 독고를 만나 하나 둘 변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알콜성 치매로 과거의 기억을 잃고 말도 더듬던 독고는 염 여사 덕분에 술도 끊고 증상도 많이 호전이 된다. 결국 기억을 되찾은 독고는 편의점을 그만두고 떠나게 된다. 마지막 장에서는 독고의 시점으로 모든 이야기가 다시 전개된다.
독고는 알콜로 자신의 모든 기억을 지우고 마지막 안간힘으로 서울역에 도착한다. 거기서 만난 노숙자 선배가 독고였는데 자신의 옆에서 죽어간 노인의 이름을 짊어지기로 한다. 독고는 편의점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차 기억을 되찾게 되고 자신에게 아내와 딸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낸다. 그리고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던 자신이 과거에 했던 행동들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낀 독고는 의사였던 자신의 과거를 완전히 기억해 낸다.
어린 시절 가난하게 자랐던 독고는 악착같이 공부하여 의사가 된다. 성형외과 의사가 된 독고는 수술 도중 고스트 닥터에게 수술을 맡기고 상담을 하다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 독고는 이 모든 것이 가족을 위한 일이었다고 변명하지만 아내와 딸은 그런 독고를 떠나고 독고는 결국 독고가 되고 만다. 과거의 기억을 되찾은 독고는 사망한 환자의 빈소를 찾아 용서를 빌고 대구로 의료봉사를 떠난다.
초반 중반은 예상대로 너무나 전형적으로 흘러가서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막판에 작은 반전이 있었다. 아무 고민 없이 해결책만 제시하던 독고가 사실은 똑같은 아픔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었다. 특히 독고의 회상 장면은 글의 분위기 자체가 이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느껴져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트렌디하고자 하는 욕심만 한 스푼 덜어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작품인 것 같다. 역시 베스트셀러는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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