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3권이다. 1권은 김 부장, 2권은 정 대리, 권 사원의 이야기였는데 3권은 송 과장 본인의 이야기이다. 본인의 이야기이다 보니 인터넷에서 본 듯한 억지스러운 설정과 유머는 많이 배제되어 있다. 대신 '나는 이렇게 힘들었고, 이렇게 노력해서 성공했고, 너희들도 나처럼 성공할 수 있어'라는 자기계발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 시리즈가 왜 소설이 아닌 자기계발로 분류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다.
송 과장은 아버지의 친구가 60억을 보상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땅에 눈을 뜨게 된다. 수십 년을 일해도 가진 게 없는 아버지보다 한 번에 땅을 보상받아 수십 억을 번 아저씨처럼 되기로 한 것이다. 대기업에 취직한 송 과장은 점심값을 아껴가며 돈을 모아 주말마다 땅을 보러 다닌다. 서울은 너무 비싸 경기도 외곽에서 개발이 아직 덜 되었지만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찾아 나선 것이다. 거기서 만난 한 부동산 사장님한테 보상받는 것보다는 시세차익을 노리라는 말을 듣고 또 한 번 눈을 뜨게 된다.
송 과장은 주말마다 이 부동산을 찾아가서 사장님과 신뢰를 쌓는다. 결국 이 사장님을 통해 첫 땅을 매입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땅 주인이 뭐하러 땅을 사냐고 물어보는데 송 과장은 농사를 지으려고 땅을 산다고 말을 한다. 할아버지가 수십 년 농사를 지어온 터전이라는 대목도 있는 것으로 보아 구매한 땅이 농지라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작년에 한창 이슈가 되었던 농지법 위반이 떠오르는 부분인데 어떻게 잘 피해 갔는지 궁금하다. 다운 계약서 유혹을 뿌리치며 정직, 신뢰, 윤리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송 과장이 불법을 저질렀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투기와 투자에 대한 송 과장의 생각도 재미있다. 사전에는 생산활동과 관련된 것을 투자, 생산활동과 관계없이 이익을 추구할 때는 투기라고 쓰여있다고 한다. 이 기준에서라면 실거주 목적이라는 마법의 단어로 피해 간 부동산 거래는 그렇다 쳐도 송 과장의 땅 거래는 투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송 과장은 투자에 대한 정의를 따로 내린다. 투자를 시작할 때부터 하락장에 대비하고 있고, 하락장에서도 무언가를 할 줄 알고,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사람을 투자자로 정의한다. 결국 돈을 벌면 투자자, 돈을 잃으면 투기꾼이 되는 것이다. (물론 조금 뒤 페이지에서는 결과나 과정보다는 어떤 자세로 임하는지에 따라서 갈린다고 다시 번복하기는 한다.)
후반부에 송 과장이 스스로 꼰대였다고 깨닫는 부분이 있다. 자신이 남의 삶의 방식을 옳다 그르다 할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송 과장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사람들 불안을 자극해서 장사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한다. 주식을 하는 동기는 '투기꾼'이라 비난하고 정 대리의 비트코인은 '추락 사다리'라고 비난한다. 저들이 비난받는 이유는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송 과장 입장에서 투자는 오로지 승리해야 하는 것이고, 정답은 부동산인데 자꾸 다른 길로 빠지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판을 많이 한 것 같아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을 소개하며 마무리하려 한다. 150억 건물주가 된 저자에게도 축하를 보내고 싶다.
더 중요한 건 시작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작조차 하지 않더라고. 정 대리가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경계에서 하고 안 하고는 시간이 지나면 크게 벌어져 있을 거야. 그 또한 정 대리의 선택이지. 정 대리가 잘할 수 있는 게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고,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즐거울 것 같은 거 하나만, 딱 하나만 골라서 해봐. 투자는 분산투자를 할지라도 인생은 분산투자하지 말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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