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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자기계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 송희구

by dwony26 2022.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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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3권이다. 1권은 김 부장, 2권은 정 대리, 권 사원의 이야기였는데 3권은 송 과장 본인의 이야기이다. 본인의 이야기이다 보니 인터넷에서 본 듯한 억지스러운 설정과 유머는 많이 배제되어 있다. 대신 '나는 이렇게 힘들었고, 이렇게 노력해서 성공했고, 너희들도 나처럼 성공할 수 있어'라는 자기계발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 시리즈가 왜 소설이 아닌 자기계발로 분류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다.

송 과장은 아버지의 친구가 60억을 보상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땅에 눈을 뜨게 된다. 수십 년을 일해도 가진 게 없는 아버지보다 한 번에 땅을 보상받아 수십 억을 번 아저씨처럼 되기로 한 것이다. 대기업에 취직한 송 과장은 점심값을 아껴가며 돈을 모아 주말마다 땅을 보러 다닌다. 서울은 너무 비싸 경기도 외곽에서 개발이 아직 덜 되었지만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찾아 나선 것이다. 거기서 만난 한 부동산 사장님한테 보상받는 것보다는 시세차익을 노리라는 말을 듣고 또 한 번 눈을 뜨게 된다.

송 과장은 주말마다 이 부동산을 찾아가서 사장님과 신뢰를 쌓는다. 결국 이 사장님을 통해 첫 땅을 매입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땅 주인이 뭐하러 땅을 사냐고 물어보는데 송 과장은 농사를 지으려고 땅을 산다고 말을 한다. 할아버지가 수십 년 농사를 지어온 터전이라는 대목도 있는 것으로 보아 구매한 땅이 농지라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작년에 한창 이슈가 되었던 농지법 위반이 떠오르는 부분인데 어떻게 잘 피해 갔는지 궁금하다. 다운 계약서 유혹을 뿌리치며 정직, 신뢰, 윤리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송 과장이 불법을 저질렀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투기와 투자에 대한 송 과장의 생각도 재미있다. 사전에는 생산활동과 관련된 것을 투자, 생산활동과 관계없이 이익을 추구할 때는 투기라고 쓰여있다고 한다. 이 기준에서라면 실거주 목적이라는 마법의 단어로 피해 간 부동산 거래는 그렇다 쳐도 송 과장의 땅 거래는 투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송 과장은 투자에 대한 정의를 따로 내린다. 투자를 시작할 때부터 하락장에 대비하고 있고, 하락장에서도 무언가를 할 줄 알고,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사람을 투자자로 정의한다. 결국 돈을 벌면 투자자, 돈을 잃으면 투기꾼이 되는 것이다. (물론 조금 뒤 페이지에서는 결과나 과정보다는 어떤 자세로 임하는지에 따라서 갈린다고 다시 번복하기는 한다.)

후반부에 송 과장이 스스로 꼰대였다고 깨닫는 부분이 있다. 자신이 남의 삶의 방식을 옳다 그르다 할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송 과장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사람들 불안을 자극해서 장사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한다. 주식을 하는 동기는 '투기꾼'이라 비난하고 정 대리의 비트코인은 '추락 사다리'라고 비난한다. 저들이 비난받는 이유는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송 과장 입장에서 투자는 오로지 승리해야 하는 것이고, 정답은 부동산인데 자꾸 다른 길로 빠지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판을 많이 한 것 같아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을 소개하며 마무리하려 한다. 150억 건물주가 된 저자에게도 축하를 보내고 싶다.

더 중요한 건 시작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작조차 하지 않더라고. 정 대리가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경계에서 하고 안 하고는 시간이 지나면 크게 벌어져 있을 거야. 그 또한 정 대리의 선택이지. 정 대리가 잘할 수 있는 게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고,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즐거울 것 같은 거 하나만, 딱 하나만 골라서 해봐. 투자는 분산투자를 할지라도 인생은 분산투자하지 말자, 우리.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송 과장 편
2021년 대한민국 직장생활과 부동산에 관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하이퍼리얼리즘 스토리. 부동산 카페를 비롯, 각종 커뮤니티에서 크게 화제가 되어 30일 만에 조회수 1,000만을 기록해 주요언론 톱기사를 장식한다. 강제은퇴와 월급노예에 처한 직장인들의 실태, ‘있는 자와 없는 자’로 전국을 양분화한 대한민국 부동산에 얽힌 이야기를 김 부장, 송 과장, 정 대리, 권 사원 등의 생생한 캐릭터를 통해 적나라한 팩션 형태로 풀어내어 ‘2021판 미생’ ‘코인급 중독’이란 별명을 얻었다. 대단한 재미와 공감력을 인정받아 책 출간은 물론이고 웹툰, 드라마 제작까지 진행중이다.
저자
송희구
출판
서삼독
출판일
20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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