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쓰러졌다.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던 쌍둥이 배 중 한 척이 넘어졌다. 이런 거짓말 같은 사건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하지만 3년 전 그날부터 무슨 일이든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소설의 내용은 그 사건과는 다르지만 닮아있다. 소설은 현실적이다. 현실은 현실성이 없다.
소설은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누가 봐도 인재였지만 보험금을 위해서는 자연재해여야 했다. 그렇게 해야 했기에 그렇게 만들었다. 자료는 새로 쓰이고 자본과 인맥을 이용해 필요한 자료를 차곡차곡 만들어 갔다. 그런 상황에 염증을 느낀 이들이 하나둘 떠나갔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황 사장은 그렇게 썩어가는 회사를 변화시키고 싶어 했다. 임원들에게 이야기할 때는 자기 계발서 같은 느낌이 나지만 통쾌했다. 나도 저런 사람과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기득권의 힘은 만만치 않았고 위기 상황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2년간 누워있던 배를 세우는 것이었다. 회장의 지시였고 다른 목적이 있긴 했지만 조각난 회사를 봉합할 유일한 방안이었다.
배를 세우는 과정은 매우 힘차고 역동적으로 묘사된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협력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2년간 누워 있던 배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썩어 있었고 황 사장의 희망도 녹이 슬어 버렸다. 그렇게 황 사장은 떠나가고 주인공은 문대리도 어느 신입사원의 편지 같은 멘트를 남기고 회사를 떠나간다.
신인 작가의 소설인 만큼 군데군데 치밀하지 못한 부분이 보이지만 회사 생활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비판적인 시각도 나쁘지 않고. 다음 작품도 기대해 봄 직하다.
- 저자
- 이혁진
- 출판
- 한겨레출판사
- 출판일
- 201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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