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파이 이야기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지 않은 사람도 벵골호랑이와 소년이 한 배에 타고 있는 장면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책과 영화 모두 유명한 작품인데 나는 이제야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책을 먼저 읽고 좋아서 영화도 보게 되었는데 영화가 원작의 내용을 아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쪽을 먼저 보아도, 혹은 한쪽만 봐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부족함은 없다.
1부 토론토와 폰디체리
주인공인 파이의 본명은 피신 몰리토 파텔로 프랑스에 있는 피신 몰리토 수영장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하지만 친구들이 피싱(pissing) 파텔이라고 놀리자 중학교 등교 첫날 스스로를 파이 파텔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손을 들어 선생님들이 '파이'라고 호명하게 함으로써 그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한다. 영화에서는 칠판 가득 π의 값을 써 내려가는 더 극적인 방법으로 '파이'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다.
파이의 아버지는 인도 폰디체리에서 동물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도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동물원 경영이 힘들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캐나다로 이민을 가기로 결정한다. 동물들도 모두 판매하기로 해서 일본 화물선 '침춤 호'를 함께 타고 떠나게 된다. 영화에는 파이의 어머니가 비건 요리를 요구하다 프랑스 요리사와 충돌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그런 파이 가족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는 대만 선원도.
2부 태평양
얼마 가지 않아 침춤 호는 태평양 한가운데서 가라앉게 된다. 폭풍우를 구경하러 나왔던 파이는 선원들에 의해 구명보트에 던져지게 되는데 얼룩말 한 마리가 구명보트 위로 떨어진다. 그리고 물에 빠진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를 얼떨결에 구한 파이는 구명보트 밖으로 도망가지만 결국 다시 구명보트에 타게 된다. 파이는 구명보트에 점박이 하이에나 한 마리가 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바나나 섬을 타고 온 암컷 오랑우탄 '오렌지주스'도 구명보트에 타게 된다.
구명보트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구명보트에 떨어지면서 다리를 다친 얼룩말을 하이에나가 잡아먹은 것이다. 며칠 지나지 않아 오렌지주스도 하이에나에게 죽임을 당한다. 하지만 하이에나 역시 리처드 파커에게 조용히 물려 죽게 되고 구명보트에는 파이와 리처드 파커만이 남게 된다. 파이는 노와 구명조끼를 연결해 뗏목을 만들고 리처드 파커를 피해 거의 그곳에서 생활하게 된다.
지금부터 파이와 리처드 파커의 처절한 생존기가 시작된다. 파이는 리처드 파커를 피해 주로 뗏목에서 생활하지만 결국 호랑이를 길들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점차 쇠약해져 가고 마침내 만난 유조선마저 파이를 못 보고 지나치자 눈이 안 보이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그때 파이와 똑같이 구명보트에 타고 눈이 먼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 남자는 파이의 배에 타자마자 리처드 파커에게 잡아먹히게 된다. 참고로 눈먼 남자를 만난 얘기는 영화에는 생략되어 있다.
다시 표류하던 파이는 독특한 식물을 발견하게 된다. 거대한 해초로 이루어진 섬이었는데 섬 자체가 하나의 식물이었다. 섬에는 미어캣들이 떼를 지어 살고 있었고 민물 연못에는 죽은 물고기들이 둥둥 떠 있었다. 그곳에서 파이와 리처드 파커는 잘 먹고 마시며 체력을 회복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파이는 과일 열매 안에서 인간의 치아를 발견하게 된다. 그곳은 밤이면 섬 전체가 산성으로 변하는 식충 섬이었던 것이다. 결국 파이는 리처드 파커와 함께 그 섬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파이와 리처드 파커는 멕시코에 도착한다. 구명보트가 해안에 닿자 리처드 파커는 배에서 뛰어내려 밀림을 향해 나아갔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밀림 속으로 사라졌다. 해안가에 쓰러져 있던 파이는 사람들에 의해 구출된다. 그리고 멕시코 병원에 있는 파이를 일본 운수성 소속 해양부의 두 직원이 찾아온다. 침춤 호 침몰 건으로 파이와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파이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파이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 참고로 이 뒤의 이야기는 매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알고 책을 읽었지만 가능하다면 모르고 보는 것을 더 추천한다. 책 뒤에 추천사가 있는데 거기서도 대부분 이 이야기에 대한 존재 자체를 감추려고 하고 있다. 사람들이 이 소설을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3부 멕시코 토마틀란의 베니토 후아레스 병원
파이는 해양부 직원에게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침춤 호가 가라앉으면서 파이는 바다에 빠지는데 구명보트에 타고 있던 요리사에 의해 구출된다. 그리고 파이의 어머니는 바나나 덩어리를 붙들고 구명보트에 타게 된다. 구명보트에는 요리사, 그리고 다리가 부러진 선원이 타고 있었다. 선원은 점점 다리가 썩어 들어가고 있었는데 요리사는 선원의 다리를 잘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파이와 어머니가 선원을 잡고 다리를 잘랐는데, 요리사가 미끼로 쓰기 위해 선원을 다리를 자른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선원은 죽고 요리사는 죽은 선원을 미끼로 써서 낚시를 했다. 파이와 어머니는 요리사가 바다에서 잡은 것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파이가 바다거북을 놓치자 요리사가 파이를 때렸고, 파이를 구하려던 어머니가 요리사 손에 죽게 된다. 파이는 뗏목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음날 파이는 구명보트로 올라갔고 요리사를 죽였다. 그렇게 파이는 홀로 구명보트에서 살아남는다.
"나는 두 분께, 그사이 227일 동안 일어난 일을 두 가지로 이야기해드렸어요."
"그랬지요."
"두 이야기 다 침춤 호의 침몰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어요."
"그렇죠."
"두 분은 어떤 이야기가 사실이고, 어떤 이야기가 사실이 아닌지 증명할 수 없어요. 내 말을 믿을 수밖에 없지요."
"그렇죠."
"두 이야기 다 배가 가라앉고, 내 가족 전부가 죽고, 나는 고생하지요."
"맞아요."
"그럼 말해보세요. 어느 이야기가 사실이든 여러분으로선 상관없고, 또 어느 이야기가 사실인지 증명할 수도 없지요. 그래서 묻는데요, 어느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나요? 어느 쪽이 더 나은가요?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요, 동물이 안 나오는 이야기요?"
오카모토 : "그거 흥미로운 질문이군요……."
치바 :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요."
오카모토 : "그래. 동물이 나오는 쪽이 더 나은 이야기 같아요."
파이 파텔 : "고맙습니다. 신에게도 그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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