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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아라의 소설 - 정세랑

by dwony26 2022.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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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세랑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엽편소설집'이라고 한다. 엽편소설이란 200자 원고지 20~30매 분량의 짧은 소설을 의미하는데 나뭇잎 크기만 하다고 하여 엽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라'라는 이름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받침이 없는 이름을 찾다가 고른 이름이라고 한다. 가까운 사람 중에 같은 이름이 없어서 더 편히 쓰고 있으며 가장 과감한 주인공에게 자주 붙이는 이름이라고 한다.

 

전체 작품 중 소설가 '아라'가 두 번 등장한다. 아라의 소설과 1과 2에 등장하는데 원제는 다른 이름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탄생했다. 이 두 작품의 내용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하니 아라는 작가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과감한 주인공에게 '아라'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했는데 소설가에게 가장 과감한 작품은 자신의 이야기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은 '마리, 재인, 클레어'라는 작품이었다. 천문학자인 마리는 한국의 소백산 천문대에 파견을 오게 된다. 마리는 프랑스 여자처럼 옷을 입는 이재인 씨에게 같이 옷을 사러 가자고 하고 사람들은 둘을 '메리 제인', '엠제이'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나게 되고 고향의 친한 친구 이름인 '클레어'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마리는 클레어에게 귀여운 꿀벌 옷을 입혀주고 재인에게 자랑하는데, 재인은 기겁을 하며 고양이가 아니라 삵이라고 알려준다. 클레어는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사람들에게 구조되어 산으로 보내졌고, 펑펑 울던 마리는 고향에 돌아가서는 자신이 발견한 소행성에 '살쾡이 클레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이 귀여운 소설은 '마리 끌레르 20주년 기념 소설'이었다. 이걸 알고 다시 읽어보니 전혀 어색하거나 튀지 않게 홍보 요소들을 곳곳에 잘 배치해 놓았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한 편 한 편 작품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정말 다양한 분야에 소설이 쓰이는 것이 놀라웠다. '마리, 재인, 클레어'처럼 홍보용 소설도 있고 미술이나 음악 작품과의 협업 같은 것도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라의 소설
정세랑 미니픽션 〈아라의 소설〉이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아라의 소설〉은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엽편소설집’으로, 작가의 등단 초기인 2011년부터 불과 몇 개월 전의 작품까지 긴 시기를 두고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짧은 소설을 실었다. 200자 원고지 20~30매의 엽편(葉片)에서부터 70매에 달하는 단편소설까지 다양한 분량의 작품이 담긴 〈아라의 소설〉은 단순히 ‘짧은 소설’ 혹은 ‘엽편소설’이라는 말로 다 전달할 수 없는 넓이와 깊이가 있다. 작가가 “가장 과감한 주인공에게 자주 붙이는” 이름이라는 ‘아라’는 책 속 여러 작품에서 반복해 등장한다. 소설가의 정체성을 지닌 아라는 짐짓 작가의 분신처럼 보이지만, 작품 전반의 세계관을 지탱하는 친절하고도 신랄한 캐릭터다. 아라의 고향, 아라의 경험, 아라의 친구, 아라의 세대 등으로 드러나는 정세랑 월드의 단면은, 그 뒤의 존재할 거대한 무언가를 상상하게 한다. 그 상상이 무엇이든 그것은 바로 당신의 이야기일 것이다. 아라를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쓰는 것, 그것의 정세랑의 글쓰기이고 ‘아라의 소설’이다.
저자
정세랑
출판
안온북스
출판일
20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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