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고등학교 1학년 재학생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학생은 박서은이 소각장에서 죽었고 지주연이 박서은을 죽였다는 소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어지는 주연과 김 변호사의 대화 내용을 보면 서은은 벽돌에 머리를 맞고 죽었고 그 벽돌에는 주연의 지문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날 주연과 서은은 크게 다퉜고 주연은 서은에게 거기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주연은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 책에서 주연의 이야기는 3인칭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인터뷰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는 주연과 서은 사이의 표면적인 관계만 드러나지만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숨겨져 있던 관계가 알려지게 된다. 주변의 불확실한 정보를 모아서 핵심으로 가는 과정이 마치 실제 수사 내용 같고,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면서 퍼즐이 맞춰져 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200쪽 밖에 되지 않지만 끝까지 몰입감을 놓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주연과 서은의 관계가 서서히 드러난다. 주연은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집안도 좋아서 모두에게 인기 있는 아이였다. 반면 서은은 초등학교 때 왕따 경험이 있어 모두가 꺼려하는 아이였는데 주연과 친하게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주연은 서은에게 옷과 신발을 챙겨주기까지 했는데 서은이 남자 친구가 생기면서 점차 관계가 변하게 된다. 주연은 서은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고 서은의 남자 친구 및 주변 사람들은 주연이 서은을 하녀처럼 부렸다고 기억하기까지 했다.
그날 주연은 서은에게 화를 냈다. 남자 친구가 생긴 이후로 자기에게 소홀한 서은에게 서운해서. 시키는 대로 다 한다는 서은에게 주연은 죽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못 죽겠으면 자기가 죽여준다며 벽돌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주연은 벽돌을 내리치지 않았다. 서은이가 뭐라고 했는데 그 말이 너무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한다. 하지만 목격자가 나타난다. 그날 주연이 벽돌을 쥐고 복도에 서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연이 창밖으로 벽돌을 던졌고 쿵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주연이 기억하지 못한 그날의 진실. 주연이 벽돌을 들어 올렸을 때 서은의 눈빛은 더는 못 봐주겠다는 눈빛이었다. 서은은 주연을 한 번도 친구라고 생각한 적 없으며 그동안 이용해 먹은 것이라고 말한다. 주연은 그런 서은이 무서워 도망쳤다. 손에 쥐고 있던 벽돌을 복도 창틀에 올려놓은 채 달려 나갔다. 그리고 서은과의 마지막 대화를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언제나 착하고 자신 곁에 있어 주던 서은만을 남겼다.
그날의 또 다른 진실. 목격자는 주연이 창 밖을 보다가 뛰쳐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주연이 뭘 보고 놀랐는지 궁금했던 목격자는 창 밖에 있는 서은을 본다. 그리고 몸을 트는 순간 가방이 창틀에 있던 벽돌을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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