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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죽이고 싶은 아이 - 이꽃님

by dwony26 2022.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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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고등학교 1학년 재학생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학생은 박서은이 소각장에서 죽었고 지주연이 박서은을 죽였다는 소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어지는 주연과 김 변호사의 대화 내용을 보면 서은은 벽돌에 머리를 맞고 죽었고 그 벽돌에는 주연의 지문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날 주연과 서은은 크게 다퉜고 주연은 서은에게 거기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주연은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 책에서 주연의 이야기는 3인칭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인터뷰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는 주연과 서은 사이의 표면적인 관계만 드러나지만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숨겨져 있던 관계가 알려지게 된다. 주변의 불확실한 정보를 모아서 핵심으로 가는 과정이 마치 실제 수사 내용 같고,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면서 퍼즐이 맞춰져 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200쪽 밖에 되지 않지만 끝까지 몰입감을 놓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주연과 서은의 관계가 서서히 드러난다. 주연은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집안도 좋아서 모두에게 인기 있는 아이였다. 반면 서은은 초등학교 때 왕따 경험이 있어 모두가 꺼려하는 아이였는데 주연과 친하게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주연은 서은에게 옷과 신발을 챙겨주기까지 했는데 서은이 남자 친구가 생기면서 점차 관계가 변하게 된다. 주연은 서은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고 서은의 남자 친구 및 주변 사람들은 주연이 서은을 하녀처럼 부렸다고 기억하기까지 했다.

 

그날 주연은 서은에게 화를 냈다. 남자 친구가 생긴 이후로 자기에게 소홀한 서은에게 서운해서. 시키는 대로 다 한다는 서은에게 주연은 죽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못 죽겠으면 자기가 죽여준다며 벽돌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주연은 벽돌을 내리치지 않았다. 서은이가 뭐라고 했는데 그 말이 너무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한다. 하지만 목격자가 나타난다. 그날 주연이 벽돌을 쥐고 복도에 서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연이 창밖으로 벽돌을 던졌고 쿵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주연이 기억하지 못한 그날의 진실. 주연이 벽돌을 들어 올렸을 때 서은의 눈빛은 더는 못 봐주겠다는 눈빛이었다. 서은은 주연을 한 번도 친구라고 생각한 적 없으며 그동안 이용해 먹은 것이라고 말한다. 주연은 그런 서은이 무서워 도망쳤다. 손에 쥐고 있던 벽돌을 복도 창틀에 올려놓은 채 달려 나갔다. 그리고 서은과의 마지막 대화를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언제나 착하고 자신 곁에 있어 주던 서은만을 남겼다.

 

그날의 또 다른 진실. 목격자는 주연이 창 밖을 보다가 뛰쳐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주연이 뭘 보고 놀랐는지 궁금했던 목격자는 창 밖에 있는 서은을 본다. 그리고 몸을 트는 순간 가방이 창틀에 있던 벽돌을 건드렸다.

 

 
죽이고 싶은 아이
십 대들의 외롭고 불안한 내면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작품으로 주목받아 온 이꽃님 작가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놀랍도록 흡인력 있는 작품으로 돌아왔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한 여고생의 죽음이라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진실과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건넨다. 소설의 주인공인 주연과 서은은 둘도 없는 단짝 친구다. 두 사람이 크게 싸운 어느 날, 학교 건물 뒤 공터에서 서은이 시체로 발견되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주연이 체포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주연은 그날의 일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주연은 정말 서은을 죽였을까? 이야기는 주연과 서은에 대해 증언하는 열일곱 명의 인터뷰와 주연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인터뷰이에 따라 주연과 서은이 어떤 아이였는지, 둘의 관계는 어땠는지가 시시각각 변모해 간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예측 불가능한 전개는 독자들에게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보이는 대로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 얼마나 야만적인지를 독자들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이꽃님 작가의 전작들이 십 대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위로였다면, 『죽이고 싶은 아이』는 십 대들의 곁에 선 작가가 진실이 멋대로 편집되고 소비되는 세상에 던지는 서늘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이꽃님
출판
우리학교
출판일
20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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