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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 이은조 파스텔톤의 표지가 예뻐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8개의 단편소설을 모은 소설집인데 첫 번째 단편을 다 읽었을 때 알아챘다. 모든 작품이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이뤄져 있는데 등장인물들을 다루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첫 작품인 '전원주택'을 읽으면 작가가 인물을 어떻게 다루는지 알 수 있다. 부부는 한적한 삶을 꿈꾸며 시 외곽의 한적한 곳으로 이사를 한다. 하지만 가난했던 남편을 도와준 이사장의 아들 부부가 제집처럼 드나들며 부부의 행복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두 부부의 갈등은 사고로 이어지고, 부부의 행복은 영원히 깨지게 된다. '바람은 알고 있지' 또한 답답하고 비극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상우와 혜리 커플은 외국의 휴양섬에서 지내며 그곳에 정착하기를 꿈꾼다. 하지만 그들을 부른 샘은 얼굴 한 번 보이지.. 2020. 12. 12.
인생에서 수학머리가 필요한 순간 - 임동규 예전에 살던 집 앞에 신호등이 하나 있었다. 건너야 하는 길은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이고, 옆에는 왕복 8차선의 대로로 구성된 길이었다. 당연히 대로의 직진 신호는 무척이나 길었는데, 그에 비해 아주 잠깐의 보행신호밖에 주어지지 않아서 차도 사람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곤 했었다. 이 책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느티나무 사거리의 상황 또한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신호를 움직일까 하는 것에 수학이 숨어 있다. 이 책의 다음 장에는 교차로에서 빨리 지나가는 법과 고속도로에서 밀리지 않는 법을 설명한다. 그 방법은 바로 앞차와의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가 멈춰있다 출발할 때 앞차와 동시에 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차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반응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간.. 2020. 12. 12.
90년생이 온다 - 임홍택 이 책이 한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읽어 본 것은 아주 최근이다. 흥미를 끄는 제목이긴 해도 이미 90년생이 30대가 된 이 시점에, '요즘 애들은'으로 시작하는 꼰대들끼리 공유하는 책일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래도 하도 눈에 보여서 읽어 보았는데 괜찮은 점도, 역시 별로인 점도 존재했다. 간단하거나 90년대생들의 첫 번째 특징은 '길고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린 친구들의 줄임말을 맞추는 게임은 여전히 간간이 TV에 등장하고 회식 자리에서도 행해진다. 하지만 어른이라고 길고 복잡한 것을 좋아할까? 재미있거나 90년대생들은 재미를 통한 자아실현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어른도 마찬가지다. 정직하거나 90년대생들은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정말.. 2020. 12. 12.
숫자 없이 모든 문제가 풀리는 수학책 - 도마베치 히데토 수학계에서 아주 유명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것이 있다. 페르마가 어떤 책의 페이지 구석에 '내가 놀랄 만한 증명을 발견했지만, 그것을 쓰기에는 여백이 너무 부족하다'라고 적어 놓은 것이다. 결국 이것이 증명된 것은 360년 후이다. 그렇다면 360년 동안 수학자들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믿지 않았을까? 아니다. 모두 그것이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증명하지 못했을 뿐. 수학적 사고란 이런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표기를 이해하지 못해서이다. 표기는 수식이고, 수식은 수학자들끼리 정보 교환을 쉽게 하기 위한 '언어'이다. 언어는 어차피 언어일 뿐이니 '통역'하면 된다. 수식보다는 그 안에 담긴 콘텐츠가 더욱 중요하다. 양자론이 없었으면 지금 쓰고 있는 휴대전화도 .. 2020. 12. 12.
유럽 도시 기행 1 - 유시민 유시민 작가의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여행기이다. 아테네와 이스탄불은 가 보지 않은 곳이라 새로운 도시를 여행한다는 느낌으로, 로마와 파리는 가 본 곳이라 내가 느낀 것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본다는 느낌으로 읽으니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각 도시마다 여행한 장소의 지도가 한 장 있긴 하지만, 글의 성격 자체가 에세이인지라 자세한 경로나 장소를 안내하지는 않는다. 유럽의 유적지를 갔을 때 가장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복원할 때 티를 낸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도 그걸 느꼈었고 파르테논 신전의 사진 또한 그걸 알 수 있었다. 한 건물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여러 양식으로 구성된 것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다. 올림픽 주경기장을 체육 수업 운동장으로 쓰는 그리스 아이들을 보면.. 2020. 12. 12.
소프트웨어 장인 - 산드로 만쿠소 요즘 소프트웨어 품질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다. 밥 아저씨 로버트 마틴의 책도 몇 권 샀지만, 우선 예전에 사 둔 이 책부터 읽어보았다. 이 책은 코드에 대한 책은 아니고 마음가짐을 알려주는 책이라 볼 수 있다. 나온 지 4년이 넘은 책이지만 여전히 배울 점이 많았다.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은 내용이 많아서 서평보다는 요약정리에 집중했다. 애자일 이제 애자일은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애자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회사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애자일로 성공한 기업은 3M뿐이라는 말도 있다. 저자는 애자일 프로젝트가 애자일스럽지 못한 이유가 절차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애자일의 모든 절차들에는 기술적 탁월함이 전제되어 있다. 하지만 미숙한 애자일 코치, 기술 배경이 없는 고참 .. 2020. 12. 12.
책은 꼭 끝까지 읽어야 하나요? - 변대원 책을 읽기 시작한 후로 독서에 대한 부담감이 늘 있다. 시간이 나면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아 책 읽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인생이 바뀐다고 해서 읽기 시작한 책인데 어느덧 미뤄둔 숙제같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이렇게 침체기가 올 때면 독서법 책을 읽곤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는 책을 보면 다시 끔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왜 읽기 힘들까? 우리는 책을 왜 읽을까? 책을 많이 읽으면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많이 안 읽을까? 그건 책이 재미없기 때문이다. 책이 재미없는 이유를 저자는 독서를 '숙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은 콘텐츠인데 재미보다 대학 입시와 취업이라는 '목적.. 2020. 12. 12.
김 박사는 누구인가? - 이기호 이 책은 '이야기꾼' 이기호 작가의 소설집으로 8개의 단편과 1편 분량과 맞먹는 해설로 이루어져 있다. 첫 단편 '행정동'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뭔지 모르지만 흥미롭다 였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이해는 되면서도 예상과는 다르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특별한 반전이 없이도 뒤에 무슨 내용이 이어질지 예상이 어려운 느낌이었다. 역시 이야기꾼 답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로웠던 작품은 표제작 '김 박사는 누구인가?'였다. 이 작품은 임용고시 재수생인 최소연과 김박사의 상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소연은 임용고시 탈락 후 일종의 환청 증상에 시달렸는데 주변에 상담할 사람이 없어 김박사에게 조언을 구한 것이다. 김박사는 최소연에게 여러 치유법을 권해주고, 최소연은 점점 김박사의 상담에 매.. 2020.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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